바다
눈뜨고 아침밥 먹고 나면 팔포 앞바다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앞강 팀들은 대문열고 바로 나가면 바다였지만 나는 뒷강팀이라 그물공장 앞에 모여 형들의 인솔 하에 고추 달랑거리며 하나, 둘 구렁도 우렁차게 팔포(지금은 매립지역) 앞바다로 나갔다.
점심은 아예 걸러고 자맥질을 하여 캐어낸 찐지레기 나 해삼, 멍게를 점심 삼고, 하루 종일 햇빛에 그을려 새까맣게 탄, 따가운 몸엔 갯벌을 바르고 놀다가 겨우 해가지고 나면 추위에 입이 시퍼렇게 되어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요즘 애들이야 놀 시간도 없고, 그런 위험한 바닷가에 갈 수도 없겠지만...
그 시절 찐지레기 캐러갔다가 찐지레기에 휘감겨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은 애들도 많았다. 또 어떤 형들은 조그만 배를 물속으로 가로 질러가는 경쟁을 하다가 배 밑창에 붙어 올라오지 못하고 죽은 일도 있었다.(물속에서 숨을 가장 오래도록 참을 수 있는가 경쟁) 지금도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짓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다들 시시한 감기 같은 것 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잘들 자랐다.
가끔 팔포 앞바다를 찾아가 옛날을 회상해 보지만, 우리들의 놀이터는 간곳이 없고 그곳엔 많은 요식업점이 자리를 차지하고 그렇게 멀어만 보였든 목섬이 이젠 눈앞에 있다.
내 고향 앞바다는 올망졸망 섬들이 다정스레 어깨를 끼고 살아 먼 태평양은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린 나의 마음에는 엄청 넓고 멀게만 보였든 바다였다.
더 넓은 어릴 적 바다를 생각하며 거제도에서 먼 태평양을 바라보며 한 컷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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