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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갤러리 브레송 기획전_사진인을 찾아서 2

yun jong 2016. 2. 11. 13:14

2016 갤러리 브레송 기획전_사진인을 찾아서 2

 

대상을 본다는 것은 대상을 만나는 것이다. 그곳에서 어떤 이는 대상을 기록하고자 하고 어떤 이는 사색하고자 하고 어떤 이는 놀이하고자 하고 어떤 이는 예술하고자 한다. 자연의 섭리와 같다. 경계가 없고, 꼬리가 있어 서로 물고, 품는 형상이다. 사진 한다는 것이 그러하다.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예술하지 않은 것이 아니요, 사진으로 예술하는 것 또한 그것으로 기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기록을 반드시 비예술적인 것으로만 하라는 것은 서구식 세계관일 뿐이다. 자연을 닮은 사람의 생각에는 그 경계란 있을 수 없고, 한정이란 있을 수 없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고를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삶은 자연의 삶이 아니다. 하물며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고, 그것을 심사하고, 상을 주고받고 하는 따위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다. 그런 것들은 인간에게 얼마나 소용이 있는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따라 순서가 정해지고, 등급이 매겨진다. 그것은 인위의 계산을 따르는 것이고, 권력을 만드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게 그렇다. 자연을 닮아가는 예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이야말로 참 예술이 아닐까? 기록이라는 것도 그렇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을 위해 기록을 남기는 것,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훌륭하다. 꼭 그것을 전쟁 치르듯 뭔가를 생산해내야 하고, 평가받아야 하고, 라벨을 붙여야 하고 등급을 매겨야 하는가?

 

그래도 평가를 해야 한다면, 그 평가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한다. 그 평가가 등급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이 보여주는 모양새를 서로 나눠 보고, 그 안에 담긴 뜻을 서로 헤아려 보고, 그 안에서 내 세계를 그려보고, 그로부터 지적 유희를 즐기고, 그것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그런 평가가 있었으면 한다. 그 안에는 주류도 없고, 패거리도 없는 그런 평가가 있었으면 한다. 재미있게 말하자면, 이 땅에 숨겨진 고수를 찾아서 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허물고, 패거리도 없고 갑과 을의 관계도 없는 대동의 사진 세계에서 한 세상 멋지게 놀 수 있는 이 땅의 고수를 찾는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