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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육갑, 병신전]展 비는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

yun jong 2016. 2. 5. 08:55

최광호 [육갑, 병신전]展 비는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
2016년  2월10일  - 2월23일

갤러리 나우 

 

 

 

 

 

 

 

 

 

최광호 [육갑, 병신 展]_비는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

최광호의 평창 생활 6년, 그는 이미 평창의 바람이 되어 있었고 평창 하늘 한쪽을 베개 삼아 베고 있었고 그가 선 땅 그리고 그의 사진과는 이미 한몸이 되어 있었다.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살아, 자연이 된 최광호. 7년만에 나우에서 다시 만나는 최광호는 이제 자연의 모습그대로를 만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내리 삼일 비가 오던 날. 최광호는 걸으며 걸으며 자연이라는 무한 공간에서 날것으로서의 자신과 만났다, 자연과의 일체감으로 충만했던 그때의 그 교감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자연과 파인더 안에서의 자연이 혼연일체가 됨을 느끼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빗속을 걷다가 걷다가 그는 더 견딜 수없는 고통의 끝에서, 문득 이 자연, 이 바람, 이 비, 이 공기감이 그의 숨과 닿아 있음 그대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1월 찬 날씨에 찾은 그의 평창 다수리 작업실은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온통 시간의 흔적들로 가득한 작업실은 예견 했던 대로 “최광호스런” 그런 풍경이 었다. 복도에는 긴 포토그램이 휘장처럼 그저 그런 일상인 듯 무심하게 걸려 있었고, 연탄난로로 훈훈한 첫 번째 작업실은 그의 사진을 위한 오브제들로 가득차 있었다. 뼈속까지 사진인 최광호의 분신들처럼 그들은 테이블위에서, 벽에 결려서 또는 허공에 매달려서, 긴 기다림의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의 오브제에 촛불을 켜자 짙은 긴장감은 사라지고 모두 잠에서 깨어나듯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하고 넉넉한 저녁햇살은 이들을 품어 주었다. 60 갑자의 역사를 증언하는 쌓여있는 책들, 강가에서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품고 있던 몽돌과 깨어진 병조각들은 시간의 흔적으로 인해 보석처럼 빛났고, 확대기와 현상액으로 물들고 물든 밧드들도 그들 스스로 최광호와의 긴긴시간동안 호흡의 동행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최광호 [육갑, 병신 展]_비가 나를 걷게 하다. 그의 사진을 위한 오브제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의 사진의 오브제와 자연과의 충만한 교감, 평창에서의 사진과 삶의 흔적, 그의 60갑자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60 잘 살았다.
감사함으로 다시 시작이다.
최광호 작업의 완성은 죽음이다.“ (최광호)

최광호, 병신년에 여는 60갑자전이다.

갤러리나우 이순심

 

 

 

 

 

[ 작가노트 ]

비는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

밤사이 비와 바람이 세차게 불다.
밤사이 잠을 설치고 문을 열고 나서는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다.
그 웅덩이에 하늘이 비치고, 가까이 가니 나도 비친다.
바람에 물이 출렁이니, 내 얼굴도 출렁인다. 하여 나는 맨발로 물장구를 친다.
순간 그 즐거움에 나는 걷기 시작하다.

비가 나를 걷게 하다.
그것도 맨발로 걷게 하다.
비에 젖은 땅 위에 하늘이 산이 자연의 모든 것이 비친다.
비는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려다 보게 하다.

서로 마주한 자연을 드려다 보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하늘이 하늘을 보고 ‘너구나!’ 하고, 산은 산보고 ‘내가 산이구나!’ 한다.
이렇게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며 반성한다!
스스로 자기다워지라고 스스로 확실해 지라고...
산은 산같이 하늘은 하늘같이, 자기의 본 모습을 본래대로 확인하라고 비는 내린다.
자신을 들여다보며 ‘아! 참으로 좋구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스스로 감동하는 자연!

비가 그 첫새벽에 감동되어, 맨발로 걸으며 스스로 나 자신도 감동이다.
내가 이렇구나! 나도 자연이구나!
그 자연 앞에 비가 뿌리는 물줄기는 자연인임을 더욱더 깨닫고 느끼게 한다.

자연은 옷을 입지 않는다.
헐벗은 모습 그대로이다.
축복 받은 모습 그대로이다.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이르기까지, 그 시간은 허공에 있다.

그 지금이 나에게 다가와 맨발로 걷게 한다.
비는 하늘이 주는 거룩한 축복의 눈물이다.
그래서 비가 나를 내 마음 속 가식 덩어리인 나를 목욕시킨다.
나도 벗게 한다. 나를 벗게 만든다.
맨발로 걸음에는 허공의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며 허공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내 마음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나를 씻기는 비!
나는 감사함으로 하염없이 울 뿐이다.
비보며 내가 비가 되어 뒤범벅이다.

온몸, 온 마음, 전부 허공에 비로 가득한 나!

봄, 여름, 가을, 겨울...

허공 자연은 그대로 존재하고 공존 할 뿐이다.
존재함을... 더욱 더 지금을 확인시키는 비!
시간의 흐름에... 지금 이 비를 뿌리는 허공에...
비는 존재감으로 가득하다.
비는 축복이다.
생명을 건강하게 하는 비!
비가 나도 축복한다.
이때의 허공은 내 마음 가득하다.

허공은 가득 차거나 텅 비어있다.
비는 지금 현재의 허공을 느끼기 쉽게 한다.

맑은 날, 빛으로 가득한 허공은
빛이 부서지는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날 뛰기는 하나 허공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냥 바라보아야만 할 뿐이다. 하여 허공은 쉽고도 어렵다.

비오는 그날 나는 그 감동에
찍고 또 찍으며, 걷고 걸으며, 수 없이 찍으며 걷고 걸으며 찍었다.
찍는지 걷는지 알 수 없는 순간 무아지경에 빠지다.

비는 말이 없다.
바람 따라 허공을 가르며 나에게 부딪치며 매순간 나를 자극한다.
그 자극이 나를 반응하게 하는 것이 곧 나의 사진 찍는 순간이요!
나를 반응하게 하여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곧 나의 사진 찍기이다.

이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삼일 간 비가 계속 오면서,
이 느낌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옮기어 볼까하고 생각하던 중 나우 이순심관장에게 전화를 하여 ‘지금 나 전시하고 싶다! 어떤 전시가 될지 모른다. 지금 허공과 자연에 대하여 깊이 충만된 이 느낌을 전시하고 싶다! 하여 분명한 것은 전시장 벽면에는 사진을 걸지 않는 전시를 하고 싶다. 그 조건을 이해한다면 전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비오는 날의 감동을 전시장에 옮기는 나의 생각 나의 느낌을 실험 중이다.
지금도 나우 전시장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만 고민하고 진행 중이다. 지금 내가 살아있듯이, 이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을 그대로 그곳에 옮기어 놓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살아 숨 쉬듯이 ,그 지금이 전시장 가득 하기를 꿈꾸고 있다. 그 꿈은 바로 지금까지 사진전을 수 없이 해오면서, ‘사진으로 사는 것’이란 명제를 가지고 살아온 최광호의 사진 인생을 또 다름으로 실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