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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Contemporary Photography Program [사진, 재현의 재현 혹은 변주] 展

yun jong 2016. 4. 15. 11:37
2016 Contemporary Photography Program [사진, 재현의 재현 혹은 변주] 展
2016년 4월13일 ~ 4월19일 
갤러리 나우








예술 혹은 사진의 동시대적인 의미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고대철학자 플라톤은 예술을 ‘미메시스 mimesis’라고 정의했는데, 서양의 예술가들은 오랫동안 ‘미메시스’이론에 근거한 작업을 했다. 또 인상주의회화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화가들은 예술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재현했다. 이와는 다르게 예술이 오늘날과 같은 개념을 정립하게 된 것은 약 2세기 전부터 이다. 예술의 개념은 서서히 조금씩 변모하다가 20세기 초반 이후 급속도로 변화했는데,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형形과 색色의 유희遊戲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탐구가 예술이었고 예술가의 행위였다. 또 인상주의회화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작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작품에 더 관심을 가졌고, 작가보다는 작품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20세기초반에 발생한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 같은 개념미술이 1960년대에 부각되면서부터는 최종결과물인 작품보다는 작업과정이나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게 되었고 예술의 비물질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 사진이 본격적으로 기존의 예술제도에 수용되었다. 또 회화, 조각 등에서 비롯된 예술의 영토가 확장되어 사진이 외에도 영상, 숫자, 문자, 퍼포먼스, 대지예술, 설치 등도 예술로서 수용되었다.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는 포스트모더니즘미술이 중요하게 자리매김하면서부터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졌고 혼합매체적인 작업이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진이 동시대미술에서 중요한 표현매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다양한 경향의 작업이 소통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 여 년 동안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융합되면서부터 전통적인 사진의 특성인 사실성이 모호한 개념이 되었다. 또한 사진과 다른 매체와의 경계가 무너졌고 구분자체가 모호해졌다. 이제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의 거울도 아니고 모든 사진이 현실을 사실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서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여전히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도 표현매체로서의 사진 혹은 예술로서의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결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동시대예술제도에서는 사진은 여러 표현매체 중에 하나로 이해되고 있고, 사진가의 의지에 따라서 각기 다양한 의미의 사진이 여러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번에 기획하는 ‘2016 Contemporary Photography Program -사진, 재현의 재현 혹은 변주-展’은 이러한 동시대적인 사진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작업으로 구성되었다. 개별 작가들의 작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형규는 감성적이면서도 정서적이며 섬세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도 이러한 정서를 반영한다. 군산의 오래된 철길주변풍경에 관심을 갖고 감각적으로 재구성했다. 작가가 주목한 대상은 낡고 오래되고 긴 시간이 스며져 있는 사물과 공간이다. 이러한 현실공간에 펼쳐져 있는 대상 혹은 장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하지만 작가의 미적인 감각과 카메라의 기계적인 특성이 융합되어 낯설게 변주되었다. 그 결과 보는 이의 노스탤지어적인 정서를 자극한다. 특히 대상에서 드러나는 묘한 색채가 타자의 시각을 자극하고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기氣가 느껴진다.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무한가능성을 일깨워주는 결과물이다.

김태훈은 정서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사유세계를 드러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선 아픈 역사적인 기억이 내재되어 있는 ‘남한산성’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오랫동안 이 공간에 주목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진 찍기의 기본적인 특성과 작가의 내면에 은밀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감수성이 어우러져 작동했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사진이미지가 생성되었다. 표현대상의 외관과 작가의 사진적인 표현력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역사적인 공간이 감성적으로 공간으로 변주된 것이다. 작가의 미감 및 세계관이 작품마다 드러나는 서사적인 최종생산물이다.

남현주는 한국적인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북촌프로젝트’시리즈도 그러한 태도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있는 북촌한옥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시각으로 재현했다. 오후 늦은 시간부터 해가 진 이후까지 사진작업을 했는데, 카메라워크도 거시적인 시각에서부터 미시적인 시각까지 다양하고 대상도 말 그대로 다채롭다.
독일의 비평가 발터벤야민이 이야기한 이미지 수집가와 유사한 태도로 자신의 감성을 현혹하는 다양한 대상을 직관적으로 재현했다. 자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미적인 감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 결과 ‘북촌한옥마을’이라는 장소성과 관계없이 또 다른 의미를 드러내는 결과물이 생성되었다.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이 묘하게 섞여서 언어나 문자의 영역을 탈각한 영상언어로서의 결과물이 무한대로 의미가 재생산되었다.

류경희는 정서적이며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작가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자신의 정서와 교감하는 꽃이다. 작가는 꽃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자신이 상상하는 판타지를 구현하기 위해서 카메라의 다중노출기능을 이용했다. 그로 인해 결과물이 얼핏 보면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보는 이를 현혹한다. 작가는 타자가 생산한 이미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이러한 표현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현실공간에서 만난 꽃을 표현대상으로 선택했지만, 현실을 비켜서 존재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예술을 위한 미디어로서의 사진의 또 다른 매력을 환기시키는 이미지 image다.

박미애는 사진을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화려한 대상이나 외형적으로 낯설음을 드러내는 그 무엇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전시에선 태초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숲을 독특하게 재현해서 보여준다. 현재 지구촌은 환경문제가 중요한 정치적인 화두다. 작가의 작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을 재현한 결과물이지만 애니메이션 영화의 배경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상상력의 소산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메라렌즈와 디지털카메라의 독특한 특성 그리고 작가의 컬러 감각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대상이 새로운 의미로 변주되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속에서 원초적인 자연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내밀한 욕망이 표출된 결과물이다.

이종화는 드라마틱하게 사람들의 정서를 현혹하는 자연풍경에 주목한다. 감성적이면서 섬세한 작가의 사유세계를 반영하는 미학적인 태도이다. 특히 아름다운 하늘과 격정적인 구름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에 관심을 드러낸다. 작가는 특별한 풍경은 아니지만 자연의 작용에 의해서 펼쳐지는 극적인 장면을 포착해서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자신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자연현상에 민감하게 리액션 reaction하며 이미지를 생산했다. 결과물 자체가 작가의 내면세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모든 시각예술은 작가의 관심사와 정서를 반영한다. 이 지점에서 작가가 생산한 사진이미지는 미학적인 정당성을 확보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의 정서와 조우하게 되는 결과물이다.

이택환은 사회과학자 혹은 역사학자와 같은 태도로 사진작업을 한다. 자신이 기록하고자 하는 대상을 객관적인 태도로 수집하고 조사하며 카메라앵글에 담았다. 이번에 작업한 대상은 경주남산에 산재해있는 석불을 비롯한 그 흔적이다. 작가는 이번엔 조금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입장으로 대상에 접근하며 재구성했다. 작가의 표현방식과 대상의 외관에서 드러나는 느낌이 묘하게 얽혀서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결과물로 변주되었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사실적이며 무표정한 매체다. 하지만 사진가의 태도 혹은 의지에 띠라서 결과물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느낌이 달라진다. 작가의 작업도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이러한 특성이 수용되었기 때문에 차별화된 결과물이 생산되었다. 작가의 미감과 세계관이 어우러진 주관적인 다큐멘트 Docu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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