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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힐링포토아카데미 포트폴리오리뷰 우수포트폴리오 수상작 이성호 개인전 <공空>

yun jong 2015. 8. 5. 09:27

2015 힐링포토아카데미 포트폴리오리뷰 우수포트폴리오 수상작 이성호 개인전 <공空>
2015년 8월 5일(수) - 8월 11일(화)

갤러리 나우

 

 

 

 

 

 

불교적인 기氣에 대한 표상

사진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현실을 해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휴머니즘적인 사진이나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보면 큰 감동을 받는다. 또한 사진에 담겨져 있는 장면은 별다른 의심 없이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을 진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만큼 사진은 현실과 닮아있고 지시적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모월(某月)모일(某日)모시(某時)에 체험한 특정한 사건 혹은 상황을 타자에게 디테일하게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사진은 이처럼 현실의 외피를 재현하는 것에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이거나 암시적인 것을 표현하는데도 유효하다.

물론 문학이나 음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한계지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의 육안으로는 인지 할 수 없는 영역을 재현함으로써 보는 이의 심리를 자극한다. 인간의 지식을 비롯한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존하여 시각적인 것을 벗어나 있는 범주範疇에 대한 상상력을 유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상징, 비유, 은유, 알레고리 등과 같은 문학적인 수사가 느껴지는 결과물을 시각매체인 사진도 어느 지점까지는 유사하게 표현 할 수 있다. 즉 가시(可視)적이지 않는 관념적인 것에 대한 표상(表象)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기록이 아닌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이 부각되면서 이와 같은 사진의 특성이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또한 1960년대부터 예술을 위한 수단으로 기존의 예술제도에서 좀 더 폭넓게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성호는 지금까지 살펴본 표현매체로서의 미학적인 특성을 수용하여 불교에 대한 자신의 사유세계를 드러냈다. 작가는 자신의 정서 혹은 불교적인 신앙과 교감하는 공간인 사찰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포착하고 재구성했다. 그런데 사진의 모더니즘적 특성인 사실주의적인 재현능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중촬영을 시도하여 현실을 초월한 것 같은 이미지를 생산했다. 롱 샷 long shot, 클로즈업 close up, 하이앵글 high angle, 로우앵글 low angle 등 다양한 앵글 및 프레임을 선택해 극적인 화면을 구성했다. 불교적인 기운氣運과 같은 심리적인 요소를 재현하기 위해서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이다. 그 결과 보는 이를 정서적으로 자극하고 매혹하는 결과물이 생성되었다.

작가는 자신이 의도하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탐미적으로 대상에 접근하는 태도를 배제했다. 일반적인 미(美)와 추(醜)의 영역을 탈피 한 것이다. 영적이고 종교적인 그 어떤 것을 표상하기 위한 표현전략이다.
작품 한 장 한 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때로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화면구성을 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절제된 프레임 및 앵글의 선택, 어두운 톤, 다중촬영 등 보편적인 시각을 탈피한 카메라워크와 표현방법을 선택해 자신이 구현하고자한 불교적인 세계를 시각화한 것이다. 세속의 영욕에서 벗어난 초월적인 세상을 사진으로 제시하고자한 노력이다.

절, 스님, 불상 등 불교와 관련된 이미지의 재현은 오랫동안 한국사진가들이 관심을 갖고 다루어온 영역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성호가 보여주는 작업은 탐미적이거나 조형적인 요소에 치우쳐서 재현한 결과물도 아니고 기계적인 기록성을 바탕으로 한 기록사진이나 reportage photography도 아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불교사진에 관한 지식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층위에 존재하는 결과물이다. 왜냐하면 작가의 작업은 사진사적으로 유명한 작업을 비롯한 과거 선배사진가 혹은 동시대 특정한 사진가의 작업에 영향을 받은 학습의 결과물이 아니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이 작용하여 생산된 최종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미학 혹은 관점으로는 분류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사진적인 테두리 내에서 외부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의 미적인 신념 및 세계관에 충실한 작업이다.

동시대 예술은 다양성, 개별성이 주요 특징이다. 그와 더불어서 진정성, 현시대와의 조우, 창의적인 태도 등이 작가와 작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이성호가 생산한 결과물도 일정부분 이러한 성과를 거둬서 작업으로서의 당위성을 성취했다. 또한 작가의 ‘공空’시리즈는 범주화 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적인 미학적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표현스타일에 있어서도 스트레이트포토, 다중촬영 등과 같은 복합적인 사진기법, 다양한 화면구성 등이 어우러져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생산했다. 결과적으로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매력을 환기시키고 있다. 또한 보는 이들은 불교적인 세계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그 순간에 발생하는 관객의 다양한 반응이 작업을 완성시키게 된다.
김영태(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