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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 梨花洞 ]展

yun jong 2015. 7. 22. 15:23

김현숙 [ 梨花洞 ]展
2015년 7월 22일(수) - 7월 28일(화)

갤러리 나우

 

 

 

 

 

 

 

 

 

 

 

 

젊음이 꽃피는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이화동 벽화마을에 다다르면 시간은 잠시 숨을 멈춘다. 마을은 아직 도시화의 빛을 보지 못한 채 고요히 잠들어 있다. 오르막과 계단 사이로 다닥다닥 이어진 집들이 보인다. 좁은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 밑에 지붕을 맞대고 모여 있는 풍경이 소박하고 정겹다.

2006년부터 이화동 골목길 벽화조성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노인들만 남아 있던 낙후된 마을을 이제는 꽤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다.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이화동의 예스러운 풍경은 벽화마을을 찾는 이들의 감성과 만나 새로운 정취를 자아낸다. 사람들은 좁고 가파른 골목길 사이 담벼락에 그려진 동화 같은 그림을 보면서 추억을 나눈다.

소박한 삶이 그리울 때면 나는 이화동 벽화마을의 소소한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잎사귀가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내려올 무렵 낙산 공원길을 따라 이화동으로 들어서면 익숙한 풍경이 발길을 여기저기로 이끌었다. 좁은 골목길에 늘어선 풍경을 담을 때면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혹시나 방해가 되지 않을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다니면서 이화동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다녔다.

마을에 놀러 온 아주머니들이 흔쾌히 촬영에 응해 주시기도 하고 미화 미용실 아저씨는 직접 모델이 되어주시기도 했다. 지팡이를 짚고 골목길에서 늦은 햇살을 흠뻑 받으며 걸어 나오신 할머니께서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어떻게 올라가?" 하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나는 계절이 바뀌는 동안 담벼락을 채워나가는 벽화들을 계속 지켜보았다. 계단을 오를 때면 마주하는 정경들이 비워진 마음을 풍성한 색채로 물들였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곳곳에 카페가 들어서고 박물관 갤러리 등도 세워졌다. 나는 조금씩 변해가는 이화동의 풍경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이화동의 계단을 오르내리던 3년 동안 마을의 풍경도 처음 귀동냥으로 듣고 방문했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 예쁜 벽화들이 낡은 골목길을 채우는 동안 산업화의 그늘에 웅크리고 있던 도심 속 작은 마을에도 한 줄기 따뜻한 햇살이 드리워졌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과 다정한 연인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하는 명소가 되었다. 3년 동안 카메라로 기록한 풍경들을 들여다보면 낮게 웅크리고 있던 이화동의 맨 얼굴이 보이고, 어르신들의 고단하지만 정겨운 삶이 보이고 새롭게 움트는 변화들이 보인다.

삭막한 도시의 아스팔트를 걷다가 문득 따뜻한 온기와 소소한 삶의 풍경이 그리워질 때면 이화동의 계단을 올라가보라. 좁다란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작은 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담벼락과 마당에 널린 빨래…. 소소한 삶의 풍경을 둘러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어느새 내 곁에서 키를 낮추고 부쩍 가까워져 있는 하늘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