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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브루노 visibleINvisible [브로큰 홀 Broken Whole] 展

yun jong 2017. 3. 7. 12:16

호정 브루노 visibleINvisible [브로큰 홀 Broken Whole] 展

2017년 3월1일 ~ 3월14일 

갤러리 나우




한국에서의 입양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전쟁고아들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고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주로 유럽과 미국으로 입양되어갔고 그 결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낳았다. 
입양아인 호정 또한 해외 입양아의 한 명으로 16살 이후로 극심한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겪었고, 그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Broken Whole”시리즈가 완성되었다. 2014년 한국에서 생모를 만나면서 그 아픔과 치유의 과정을 파트너인 브루노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이 작품을 제작했다. 호정과 브루노는 공동 작업하는 예술가로, 작품의 컨셉과 연출을 함께 정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은 브루노가 담당한다. 
“Broken Whole”시리즈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입양아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사람의 정체성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재고해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혼모와 입양아에 대한 현실적 문제 제기와 그 담론을 형성하고 이 주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다각화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1953년 한국전쟁이 중지된 이후부터 22만 여 명의 남한 아동들이 전세계, 주로 유럽과 미국으로 입양되어 나갔다. 그중 다수는 아직 부모님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아가 아니었다. 이 아이들은 보통 혼혈이나, 미혼모의 아이라는 이유에 의해 버려지거나 입양을 위해 부모가 양육권을 포기한 아이들이다. 이는 나의 이야기이다.

아무도 내게 내가 입양아라고 말해줄 필요가 없었다. 나는 큰 키에 파란 눈을 가진 부모님이나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과 매우 다르게 생겼다. 끝없는 질문들이 닥쳐왔다. 어디에서 왔니? 왜 다르게 생겼니? 너의 ‘진짜’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니? 무엇 하나 쉽고 편한 답이 없는 수많은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모두 그러하듯이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하고 싶었다.

자라면서는 종종 입양된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금욕적인 가면 뒤에 불편한 감정이나 고통을 빠르게 묻고 감추는 법을 익혔다. 스스로 전혀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나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의 겉모습은 마치 덫에 걸린 느낌으로 배신감마저 들었다.
어느 날, 산산조각이 난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절대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브루노의 응원과 도움을 받아 나는 기억 하나 없고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지만 영원히 나와 연결되어 있을 나라, 남한으로 오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의 첫 번째 27개월을 보낸 고향에서 나의 뿌리와 가족의 역사, 그리고 대답을 찾으려는 것이다.
2014년 12월 29일, 나는 내 생모를 만났다. 이 경험은 문자 그대로 느닷없이 당했고 날 쓰러지게 했다.
1998년부터 요양병원에 있었던 그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내가 기대해왔었던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이야기나 어머니의 이야기,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어머니의 안에 갇혀 접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자, 그녀가 나를 알아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을 붙잡고 함께 우는 동안 나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던 무언가가 깨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나의 어머니로 바꾸었다. 나는 얼어붙고 움직일 수가 없었으며 깊숙한 곳의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에 내가 어떤 기분인지에 대해 설명할 말도 없었다. 나는 무감각해지고 텅 비었다. 삶은 고통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브루노는 이 모든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았다. 그는 나를 달래어 일어나 다시 살아가도록 노력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 자신을 표현하도록 나를 설득했다. 브루노와 함께 한 이 작업들은 목소리를 다시 찾기 위한 과정의 일부이다. 한국인 입양아로서 살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외부적 환경과 상황, 인식이 나의 내적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내며, 내 정체성의 전부를 탐험하며 내 내적인 갈등을 드러냄과 동시에 아마도 한 인간객체로서 살아간다는 것이란, 지각한다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복잡성 속에서 평화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목소리가 사라져버린 나의 생모에게, 또한 남한의 모든 미혼모들에게 바친다. 그들은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아무 지원을 받지 못하고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주고 싶다는 희망으로 아이들을 포기하는 매우 용기있고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렸다.

Hojung Audenaer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