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욱개인전[소요 消遙 ]展 갤러리 나우 | |||
혹견불견(或見不見)의 세상에서 삼랑진 만어사(萬魚寺)에 지금까지 전하는 거대한 불영석(佛影石)이 있다. 일연(一然)의 삼국유사에 남긴 기록에 이 돌을 묘사한 대목에서 ‘혹견불견(或見不見)’이라는 네 글자는 도저 (到底)한 생각에 이르게 한다. 멀리서 보면 나타났다가 가까이 가면 보이지 않는,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는 그것이 부처였지만, 살아 가는 우리에게 때로 그런 일이 없을 리 없다. 우리 또한 우리가 사유(思惟)하는 형상(形象)을 보고 싶어 하는데, 도대체 확연하기 보다는, 멀리서 잠시 나타나 보이다가 가까이 가면 사라지는 ‘무엇’이지 않은가. 보였다 싶었는데 보이지 않는…. 반쯤 꽃살문을 열면 구름위를 내뒷는 마치 마음속 상상처럼 나타날 풍경을 현관욱은 보여준다. 잡았다 싶으면 손에서 빠져 나갔고, 가슴속 에서 지워버릴 만큼 멀리 달아나지도 않는 세계, 현관욱은 ‘소요(逍遙)’라고 이름 붙여 놓았다. 장자(莊子)의<소요유(逍遙遊)〉에서 ‘하늘의 새파란 빛깔은 과연 제 빛깔일까, 멀리 떨어져서 끝이 없기 때문일까’ 현관욱의 사진은 ‘혹견불견’ 틀림없다. — 고운기(시인·한양대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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