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및 소개 글

오상철 들꽃 사진전 [回想, Memory]展

yun jong 2015. 6. 29. 13:48

 

오상철 들꽃 사진전 [回想, Memory]展
2015. 6. 24(수) - 6.30 (화)

갤러리 나우

 

[ 작가 노트 ]

 

오랜 동안 카메라와 사진과 함께 하면서도 사진 찍는 것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없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이것저것 보이는 것들이 아름다워 그냥 기록으로 남기는 정도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긴 세월 속에 많은 사연들이 사진으로 담아 졌습니다.

몇 년 전 모처럼 작심하고 오래된 필름들을 스캔하여 파일로 변환하여 저장하다 지금은 잠시 중단하고 있지만, 스캔하며 오래 전 사진들을 보니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추억의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키는 크고 삐쩍 마른 아이 하나가 카메라를 둘레 메고 눈 덮인 1월의 추운 날 동학사로 해서 남매 탑을 지나 계룡산 능선을 타고 갑사로 넘어갑니다. 어디선가 폭포 물 소리가 들립니다. 겉은 얼었고, 소복이 눈에 덮인 폭포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때가 중학교3학년 겨울방학이었지요.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카메라로 중무장하고 혼자 계룡산을 넘으며 촬영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것이 이 날 처음은 아니었지만 인천에서 출발해 혼자 여행을 떠나 사진을 찍고,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한 사진을 찾아보고 한 것으로는 처음이었습니다. 지금도 사진하면 이 날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이렇게 카메라와 사진은 한 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장 오래 남기는 것 같습니다.

사진은 한 시대의 있는 그대로를 간직할 수 있는 역사의 기록이며,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추억의 일기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진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촬영 당시의 느낌과 마음을 함께 담아 두고 봄으로써 과거에 대한 현재의 반성과 현재에 대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커다란 자산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더욱 인위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나만의 시선과 감성으로 기록하려는 편안한 마음으로 사물 앞에 다가 갑니다.

이번 전시 작업은 오랜 사진 생활 동안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피사체와 눈 맞춤을 했지만, 그 중 유독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즐거움과 아쉬움까지 함께 주었던 우리 산야의 들꽃들, 사계절 홀린 듯 달려가 마주했던 그 꽃 사진들을 모아 지난 날을 돌아보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오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