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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산 하얀 길_ 김승현 개인전

yun jong 2015. 6. 20. 09:27
검은 산 하얀 길_ 김승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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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산 하얀 길

김승현 개인전

 

검은 산은 욕망의 산이다
하얀 길은 죽음의 길이다
욕망의 산은 검고
죽음에 이르는 길은 하얗다.

검은 산은 자본주의의 산이다
하얀 길은 욕망에 시달리고 지쳐서
돌아가는 빈손의 길이다.

사람들은 욕망의 검은 산을 찾아왔다가
죽음의 길을 따라 하얗게 떠나간다
검은 산은 깊은 산속에 있고
하얀 길은 산과 산 사이에 있다.

검은 산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고
하얀 길은 산과 땅 사이에 존재한다.
검은 산은 하늘로 올라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무더기이다.
하얀 길은 하늘을 쳐다보고 땅으로 돌아가는 일상의 길이다.

욕망의 검은 산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죽음의 하얀 길은 사람들을 돌려보낸다.
욕망의 산은 큰 원이며, 하얀 길은 선이다.
사람들은 큰 원 속에서 욕망을 키우며 살지만
때가 되면 하얀 죽음의 길을 따라 직선으로 사라진다.

어린 시절은 욕망의 검은 산 이야기와 함께였고
젊은 시절은 하얀 길을 따라 검은 산으로 향하였다.
나이든 시절인 이제는 검은 산의 사람들은 하얀 길을 따라 모두 떠나고
욕망의 검은 산 이야기는 지나간 추억으로만 남는다.

그렇다. 이제
검은 산은 검은 산의 이야기로 남고
하얀 길은 하얀 길의 이야기로 남는다.
우리에게 욕망의 열기를 온몸에 전해주던 검은 산은
욕망이 빠져나간 거대한 흙무더기로 남아 있고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던 멀고먼 하얀 길은
오고가는 사람들의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 사진들은
겨울이면 눈 속에서 더욱 검어지는 태백의
탄광촌을 찍은 것이다.
탄광의 석탄 무더기가 보여주는
검은 산은 한 때 일확천금을 노리는 욕망의 산이고
하얀 길은 검은 산들 사이로 난 눈 덮힌 길이다.
사람들은 전국 각처에서 욕망의 검은 산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었다가 하얀 길을 따라 떠나가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검은 산과 하얀 길은 어릴 적
모습 그대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김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