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표정(web 사진전)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표정

yun jong 2014. 7. 1. 10:07

 

 

-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표정 -

우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 힘이 들고 지치면 새벽 바닷가 재래시장을 찾아가 보라고...

선착장에 들고 나가는 어선들의 엔진소음과 정감나는 뱃고동 소리,

선원들의 고함소리,

생선과 채소를 판매하는 아낙들과 할머니들의 애교어린 유혹과 회유,

값을 깍으려고 이상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손님,

몇 푼을 구걸하는 장님과 따뜻한 온정의 손길,

모두 바쁘고 찌듦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참모습이 그곳에 다 모여 있다.

 

어릴 적부터 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그들의 모습을 예술이 아니라도 좋다.

어찌 사진을 한다면 그냥 지나치리

그들의 표정을 담아 서로 나누어 보고 영원토록 보관하리라.

하물며 어린 시절 나의 감성을 형성해준 예술의 터전 일진데.

 

작업은 90년 늦은 찬 바다 바람이 불어올 때 시작하여 94년 봄이 오기 전 나의 생각에 어느 정도 근접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네 번의 겨울동안 일요일마다 새벽 찬 바람을 가르며 진주에서 삼천포항까지 눈을 비비며 다니든 내 모습을 늘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돈이 될 사진도 아닌데 우여곡절도 많고 험악한 쌍소리도 노다지 들으면서 말이다.

처음 카메라 파인더를 통하여 그분들을 보았을 때의 불안한 마음과 귀속에 울려 퍼져왔던 카랑카랑한 그 소리들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가며 면면도 익히고 대충의 가정사도 알고 재미있는 농담도 주고 받게 되었을 때부터 그분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낭비만 하던 필름을 작품화 할 수 있었다.

 

"아자씨! 내 머 할라 찍소?"

"TV에 낼려고예"

"언제 나오는데? 맨 날 나오지도 않고 찍기만 찍네"

"때가 되면 멋지게 나올 겁니다."

 

참 거짓말도 많이 하였다. 이제 TV는 아니어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하여 볼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시장 사진은 대개 흑백이었고, 배경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나는 컬러포지티브필름(ASA 100~400)을 사용하여 강한 콘트라스트를 생성케 하여 서민의 정서를 더 강조하였고 촬영기기는 35mm SLR, 180mm 단렌즈를 주로 사용하여 인물을 클로즈업하여 내면의 세계를 세밀하게 표현하려 노력하였다.

 

여기에 계신 분들 중 벌써 고인이 되신 분도, 병고에 계신 분도 다수 계실 것이고, 아직도 생업에 종사하시며 고생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진작 전시의 기회를 마련하여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어야 했는데, 모든 분께 죄송스러울 뿐이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고인이 되신 분들께는 늦게나마 명복을 빕니다.

 

200510월 최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