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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개인전 [시간지우기3] 展

yun jong 2018. 8. 13. 15:23

김수길 개인전 [시간지우기3] 展

2018년 8월8일 ~ 8월21일 

갤러리 나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작가 김수길에게서 나는 종종 잃어버린 시간의 흔적을 더듬는 고고학자의 집념을 본다. 그에게 ‘시간(時間)’은 지금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물리현상이 아니라 오래 전 기억의 지층 밑에 봉인해 버린 과거의 유물로 존재한다. 켜켜이 쌓인 지층 아래로 파고 들어가 흙먼지를 뒤집어써가며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해내려는 사람 - 내가 아는 김수길은 그런 일에 천착하는 사람이다. 

‘큐픽(Cupic)’으로 되살아나는 시간들
<시간 죽이기>라는 도발적인 기획을 통해 그는 요즘 시나브로 묻혀버린 시간들을 기억의 지층 위로 끄집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의 작업을 통해 나는 김수길이 돌고 돌아온 인생길에 더 이상의 미련이나 아쉬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애늙은이 시절보다 확실히 그의 감각은 더 젊어졌고, 사고는 더 깊어졌다. ‘큐픽(Cupic; 회화의 큐비즘을 사진 영역에서 구현하는 김수길의 작품경향을 지칭하는 조어) 또한 그 고단했던 세월 속에서 체득한 관조(觀照)의 시선이라고, 나는 믿는다. 
김수길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은 사진들을 몇 장씩 서로 중첩시켜 평면 위에 낯설고 새로운 입체감을 구현하는 ‘큐픽(Cupic)’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한 피사체를 여러 시점(視點)에서 찍은 사진들이 결합되면서, 혹은 서로 조응하지 않던 낯선 피사체들이 평면 위에 겹쳐지면서 사진은 다시 무수한 관점으로 분화된다. 한 장의 사진이 갖고 있던 스토리가 다른 사진의 스토리와 접목되면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관점을 갖게 되는 것도 사진의 표현영역을 확장해보려는 작가 나름의 대범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수의 시점이 중첩돼 있는 김수길의 큐픽(Cupic) 시리즈는 그래서 사진 한 장에 여러 장면을 담은 초단편영화, 혹은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스토리와 주제의식을 하나로 꿰어내는 긴 호흡의 연작소설에 비유할 만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김수길은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시간들을 낱낱이 해체했다가 재구성하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한다. 날 것 그대로의 무의식이 의식적으로 편집되고, 화석으로 묻혀 있던 과거의 시간들이 현재적 삶의 배경으로 소환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시간(時間) 혹은 기억(記憶)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샘터」 편집장 이 종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