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 시 제 목 : 경의선 - 추억 속으로 간 기차
∎ 전 시 작 가 : 김용철
∎ 전 시 일 정 : 2018년 8월 2일(목) ~ 8월 14일(화)
∎ 전 시 장 소 : 반도카메라 갤러리
∎ 작가와의 대화 : 2018. 8. 11 오후 2시
서울역에서 출발해 문산역까지 52.5km를 달리는 기차다.
이름대로라면 서울역에서 신의주까지 503.9km를 달려야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종착역은 문산이다.
세월이 흘러 경의선이 달리던 일산, 파주에는 신도시가 생겼고 정차 역이 늘어났다.
기차도, 역사도, 주변 환경도 현대화되어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내 가슴엔 옛 경의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연애 시절, 아내는 고양시 행신동에 살았고, 경의선 신촌역 부근에서 일했다.
우리는 종종 신촌역에서 만나곤 했다. 내가 먼저 도착할 때면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역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름하고 어스름한 대합실에서는 색 바랜 노선표와 요금표, 화전, 강매, 능곡, 백마, 금촌, 파주, 문산 같은 낯선 지명을 훑어보았다.
보따리를 이고 나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백마역으로 데이트 가는 연인들, 휴가 나온 군인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합실을 차지하고, 역무원은 승차권 귀퉁이에 펀치로 구멍을 내고 있었다. TV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신촌역 대합실로 들어설 때마다 나는 어디로든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칠이 벗겨진 대합실 창틀 너머 기차와 선로는 정겨웠고 기차는 허름했다.
두껍게 덧칠해진 페인트는 그마저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 녹이 슬었고, 케케묵은 냄새마저 풍겼지만 나는 왠지 싫지 않았다.
경의선에 오르기만 하면 느리게 달리는 기차에서 덜커덩덜커덩 기차 특유의 소음을 들으며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객차 연결 통로에서 담배를 피고, 난간에 매달려 바람을 맞고,
‘스포츠서울’의 만화 ‘발바리의 추억’을 보고, 캔 맥주를 마시며 큰소리로 얘기를 나눴다.
이 객차 저 객차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우는 아기를 달래는 젊은 엄마, 5일장에서 손주에게 줄 선물을 손에 쥔 할머니,
통기타를 든 군인, 바짝 달라붙은 연인들이 내 주변 자리를 차지했다. 가끔은 덩치 큰 미군들도 볼 수 있었다.
아마 7-80년대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백마역의 ‘화사랑’ ‘숲속의 섬’ 등을 기억할 것이다.
달달한 연애의 장소이자 손꼽아 기다렸던 휴가를 즐기는 장소였다. 때로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이곳에 모였다.
경의선은 호박, 고추, 깻잎을 담은 보따리를 장터로 나르는 아낙네의 발이자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발이었다.
나는 백마역에서 연애를 하고, 경의선 옆 행신동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경의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경의선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나는 지금도 경의선을 타고 여행을 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고 싶다. 북한 사람들의 달달한 사랑과 사람 사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
김용철 Kim Yong-Chul
1965년 서울생
신구대 사진과 졸업
1988년 다섯 사람 사진전(경인미술관)
2009년 한일사진교류전(산타피아)
2010년 하나아트갤러리 초대전-Flower
한국국제판화사진 아트페어
사진가 김용철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간 집중적으로 경의선을 촬영했다.
그의 경의선 작업은 한 가지 주제를 오랫동안 섭렵한 지속적인 다큐먼트의 힘을 보여준다.
풍부한 흑백계조 그리고 치밀하고 섬세하게 주제에 천착해 들어간 사진가의 시각 등은 사진의 속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특히 통일과 추억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는 경의선의 외연과 내포를 잘 집약해 재현했다.
주관적이거나 예술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이 함몰되기 쉬운 일회성 단일 작품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주제를 부각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그의 사진은 경의선으로 무수히 지나간 기차와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전시안내 및 소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매사우회 제34주년 정기사진전 (0) | 2018.08.21 |
---|---|
김수길 개인전 [시간지우기3] 展 (0) | 2018.08.13 |
People (0) | 2018.07.27 |
이혜진 사진전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展 (0) | 2018.07.24 |
New ways of seeing (0) | 2018.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