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DE, 그 편견을 벗다 -청소년기에 주간지에 실린 누드사진을 보고 여성의 인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수 없이 많은 누드촬영을 하였지만, 여전히 누드라는 예술장르는 애매하고 난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발가벗은 대상을 짧은 시간에 예술로 승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누드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들은 작가가 고민하고 심사숙고하여 만들어 놓은 결과물 보다는 모델의 사생활이나 작가와의 스토리에 더 관심을 보인다. 누드는 포르노그라피이거나 외설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편견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품 컨셉(concept)에 고민하다보니 내가 만든 컨셉에 스스로 갇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폐차장에서> :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뤄 자식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헌신한다. 그 리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인생의 짐을 벗어던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게 인 생이다. 폐차장도 우리 인생과 닮음꼴이다. 공장에서 갓 생산된 자동차는 딜러의 손을 거쳐 도로 위를 질주하다가 폐차장으로 돌아온다. 분해된 부품들은 마지막 으로 한 번 더 생존의 기회를 얻지만, 결국 인간이 흙으로 돌아가듯 용광로 속으 로 들어가 쇳물이 된다. 폐차장에서의 작업은 삶과 죽음을 연상시키는 오브제가 많아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가장 흥분되고 역동적인 작업이 이뤄지 는 순간이기도 하다.
<커플이미지> :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개념의 단어이다. 그렇지만 사랑으로 포장되지 않은 남녀의 행위는 불륜이나 음란한 행위로 치부한다. 연인 관계를 설정하여 보는 이로 하여 금 사진이미지에 대한 소회를 듣고 싶었다.
<클럽> : 경기도 송탄, K-55 앞에는 클럽이 즐비하다. 클럽 문화로 대변되는 당구대, 다트, 락음악...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리핀에서 온 접대부들 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음료를 서비스 했다. 한동안 그들을 섭외하여 누드촬영 을 하기도 하였다. 클럽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간 그녀들을 떠올리며 작업하였다.
<우음도> : 갯벌에 흙이 쌓이고 이름 모를 풀씨가 날아와 꽃을 피운다. 유년기의 추억이 있는 삘기꽃이 만개한 섬. 사람들의 간섭이 없는 자유로운 섬, 그 섬에서 새처럼 나래 를 펼치는 모델을 보고 싶었다. 나 또한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다.
<스카이라운지> : 앞만 보고 살아온 세월... 인생의 뒤안길에서 자신은 여전히 초라하고 볼품없다. 도심의 빌딩숲과 그 안에 목각인형처럼 붙박여 있는 군상이 명멸하는 불빛처럼 사라진 텅 빈 도시를 바라보는 마음이 쓸쓸하기만 하다.
<그래피티> 압구정나들목(그래피티 거리) 만화를 보듯 지하보도의 벽을 흥미롭게 장식한 그래피티 예술가들, 그들 또한 나처럼 세상의 편견과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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