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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순희 개인전 [Play of Color]展

yun jong 2016. 1. 14. 10:32

차순희 개인전 [Play of Color]展
2016.1.13(수)- 1.19(화)

갤러리 나우

 

 

 

 

사진. 컬러, 감각 그리고 유희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동시대 시각예술은 주지하다시피 20세기초반 다다이즘 및 초현실주의가 미술사에 자리매김하면서 개념화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196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결과물보다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게 되었고, 예술의 비 물질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예술이 보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변모한 것이다.
작업의 표면에서 드러나는 시각적인 요소나 결과물 보다는 작가의 사고, 관념, 아이디어가 중요한 평가덕목으로 자리 잡게 되어 전통적인 시각예술의 그것과 많은 간극이 발생했다.
하지만 당대예술의 장안에서도 여전히 조형성, 색채, 원근감 등은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근원적인 요소다. 특히 어느 매체보다도 시각적으로 민감하게 작동하는 사진은 작품의 표면에서 드러나는 컬러, 톤, 원근감 등이 작품의 완성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작품으로서의 예술적인 가치를 뒷받침하는 외피外皮이다.
사진 Photography은 사전적인 의미그대로 빛의 조화가 중요하다. 사진이미지가 생성되었다는 것은 특정한 빛이 사물과 만나서 실재實在가 변주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빛과 사물의 조화 혹은 변주의 결과물이 사진이다. 또한 빛의 세기, 광량, 색 온도 등에 따라서 사진의 표면이 달라지고 미학적인 의미도 다르게 드러난다.
이러한 시각적인 요소가 표현되도록 하는 프로세스에 사진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세계관 및 미감을 표현하는 것이 사진작업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차순희는 사진의 이러한 미학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감각적인 색채가 드러나는 사진작업을 한다. 작가는 인공광과 특정한 사물이 만나서 변주된 빛을 포착하여 현실공간을 비켜서 존재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20세기 사진미학의 주류적인 특성은 리얼리티 reality이다. 또한 스트레이트포토 straight photo가 회화와 차별화된 독자적인 표현방식이었다. 사진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한 결과물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휴머니즘적인 장면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고서 정서적으로 감동받고 매혹된 것이다. 사진이 현실 그 자체라고 인식한 결과이다. 여전히 고대철학자 플라톤의 예술에 대한 인식인 ‘미메시스 mimesis’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20세기에도 다른 축에서는 사진이 너무나도 사실적이기 때문에 미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특히 카메라가 이미지를 자동생성하기 때문에 예술가의 표현의지가 개입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오해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사진발명 당시인 19세기 사람들은 사진은 수공예적인 과정 없이 ‘카메라camera’라는 기계적인 장치가 만들어낸 이미지이기 때문에 산업생산품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엔 사진이 미술전람회에서 전시되지 않고 산업박람회에서 전시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진은 선택의 예술이므로 피사체, 카메라 앵글 및 프레임 그리고 톤의 선택에 이르기 까지 모든 제작과정에 작가의 주관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최종 결과물에서 사진가의 세계관이 강하게 드러난다. 차순희도 자신의 표현 도구이자 소통수단인 카메라의 기계적인 특성을 능동적으로 이용하여 자신을 드러내는 감각 feeling 및 내면세계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생산했다.
사진이라기보다는 유화나 수채화처럼 느껴지는 비사실적인 이미지이다. 1950년대 대표적인 모더니즘회화의 경향인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은 이처럼 작가의 표현의도에 따라서는 그 외관이 사실적인 것과 간극間隙이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작가는 컬러와 화려한 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에 발표하는 시리즈도 이와 같은 작가의 성향을 반영한다. 자신의 정서를 자극하는 화려한 빛과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초월적인 조형언어를 만들어냈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이고 유희적인 생산물이다. 외부세계의 자극에 심각하게 반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인 영역을 놀이하듯이 자유롭게 표출했다. 차순희에게 있어서 카메라와 사진은 삶의 여유이고 쉼터이다.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만나고 외부와 소통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선택한 사물이나 장면은 일상적인 삶과 다른 층위에서 관심사와 애정을 무의적으로 표현 한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직관적으로 사진 찍기를 한다. 학습되고 다듬어진 의식이나 감각이 아니라 날생선과 같은 무의식이 작용하여 생산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차순희의 이러한 작업태도가 스스로의 표현의지와 무관한 결과물을 생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이즘이ism나 정형화된 스타일 style에서 탈피하게 한 근원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결과물 자체가 작가의 정서와 내면의 현현顯顯이다. 또한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또 다른 특성을 환기시켜주는 최종생산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