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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belt) 선정작가展 이고은

yun jong 2016. 1. 6. 16:01

벨트(belt) 선정작가展 이고은
2016년 01월06(수) - 01월12일 (화)

갤러리 나우 

 

 

 

 

 

 

현대인들은 자신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한계에 이르렀을 때, 마치 터질 것만 같 은 느낌을 받게 된다. 뭔가 발산되어져야 할 에너지들이 가슴에 뭉쳐 답답함을 느끼고 그것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파괴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의 본능, 생의 본능에 대해 설명하면서 인 간이 갖고 있는 이 본능으로 인해 사람은 자연으로의 환원을 꿈꾼다고 하였다. 죽음, 파괴는 인간의 본능이지 만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다.


나 역시 무엇인가를 부숴버리고 싶고, 또 나 자신을 파괴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내 안에는 폭발과 파 괴의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좌절이나 분노를 표출하듯, 나만의 방법으로 내 안의 파괴본능을 해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단순한 해소가 아닌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채워질 수 있는 것 처럼, 새롭게 되기 위해서는 버려야하는 것처럼 나는 꽃을 터트리며 내안의 나를 새롭게 하길 원했다.


아름다움의 표상인 꽃을 터트렸다.


꽃의 주기는 삶의 주기와 닮아 있어 감정을 이입하기에 좋은 오브제이다.
나는 꽃이 갖고 있는 순간의 의미와 사진의 갖고 있는 찰나의 공통점을 발견하였고, 꽃이 터지는 그 순간 아름다움이 파괴되고 산산조각나 해체되어 형체를 잃어버리는 순간의 모습을 고속사진(high speed photograp h)으로 포착해 보았다.


폭발하여 날아가는 꽃잎을 잡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황은 수천 분의 일 초 안에 종결되었고 이 시간은 인간 인식의 대상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눈 앞에 나타났다. 셔터 가 눌러지면 시간이 멈추고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꽃잎들은 중력과 운동법칙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의 눈은 이전에 우리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를 목도하게 되었다.


만개한 꽃이 터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냄으로써 그 순간은 영원히 지속한다. 꽃이 죽음으로써 새로이 삶 을 얻는 셈이다.
요절한 예술가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만개한 꽃의 가장 찬란한 순 간은 사진 속에서 영원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파괴되었으므로 슬프다.
꽃은 파괴됨으로써 우리가 인식하는 꽃의 모습과 다른 형태로 전환하고, 파괴되어 죽으면서 자연의 죽음과 는 다른 죽음을 맞는다.
이 돌발적인 상황에서 꽃의 죽음은 찬란하지만 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