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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사진전 " 달빛 아리랑"

yun jong 2017. 9. 1. 12:48





장명확 사진전 " 달빛 아리랑"

2017년 8월30일 ~ 9월9일 

갤러리 나우 





표정은 정지된 순간이지만 살아온 흔적의 모든 결과이기에 같은 표정의 닮음은 존재할 수 없으며 제각기 그 만의 생명을 지니고 있다. 사진에 담긴 표정 또한 그것이 인물이든 자연이든 자신의 오랜 생명을 품고 있으며 한 순간의 표정으로 또다시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나는 그 순간 그가 가진 생명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지난 30년 나의 눈에 다가온 순간은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한 컷의 사진이 되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서로 만나고 다시 떠나면서 나는 사진이 되었고 사진은 내가 되었다. 나는 오늘 30년 전 청춘을 메고 떠났던 1000km의 도보여행 길을 되짚어 가며 나의 흑백필름 속에서 꿈꾸고 있던 사람들과 오랜 그리움을 나누고자 한다. 순간순간 죽음의 고통과 직면하며 만났던 그들. 그 길 위에 서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을 위해, 그리고 가장 오래 남기기 위해 동행했던 흑백의 모습을 오늘, 자연스러움을 흩뜨리지 않았음을 비로소 안다. 

1985년, 군대를 막 제대한 스물다섯 나이의 사진작가 지망생이 선택한 것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남도 2,600리 도보여행이었다. 200통의 흑백필름과 2개의 표준렌즈를 들고 41일 비포장 국도를 따라 하루 30km를 걸으며 ‘빛이 만들어내는 표정’을 담는 것으로 나의 사진인생은 시작됐다.‘빛이 만들어내는 표정’에는 사람과 길, 삶이 있었으며 나는 그들을 카메라에 담고 또 그들만의 방을 만들었다.

흑백사진 5000여장이 모여 20대 청춘이 되었고 다시 30년의 세월이 만든 수 백 만장의 사진이 한국의 자연과 문화, 다양한 사람의 표정으로 나뉘어졌다. 오랜 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한국의 산하’를 세상 밖으로 보내기까지 지난 30년의 인생이 마치 고행 같았다고 해도 함께 했기에 행복했던 순간이다. 한 컷의 풍경은 백 번을 찍어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다. 빛이 만들어 내는 순간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생명을 갖는 경계는 빛과 교감하려는 셔터를 누르는 숨결 때문이다. 정지된 한 컷의 사진 속에 시간과 다양한 생명이 담겨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30년간 1만여 명의 표정과 1천여 개의 사찰, 수 백 만장의 순간을 담았지만 아직 한 컷은 완성되지 않았다.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다시 1천여km의 인생의 길을 또 한걸음씩 걸어가고자 한다. 

“너의 사진에는 살려고 하는 숙주가 있다” 친구의 말이 그들을 다시금 불러와 이 자리에 서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숙주로 이만큼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빛 바랜 필름과 내 가슴에서 걸어 나와 지금 이곳에서 숨쉴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이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다시금 돌이켜보니 그 때 홀로 카메라를 메고 걷던 그 긴 여정이 결코 외롭지 않았음을 느낀다. 지금 나는 그 때 스물다섯의 내가 되어 도보여행 길에 다시 선 것만 같다. 앞으로도 나는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모두가 있어서 결코 외롭지 않은 그 길을..

장명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