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서울에서 나름 최고의 유흥가였던 이태원을 1984년 여름부터 1986년 가을까지 카메라로 바라본 짧은 기록물이 <이태원의 밤>이다. 정확하게 이태원 밤 문화의 일부이다. 호기심과 나에 대한 도전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길거리와 업소를 들락거리다 보니 그곳 역시 아주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업소에서 영계라 불리는 젊은 여자들과 웨이터들은 대부분 가난을 물리치고자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이고, 이들에게는 단지 치열한 삶의 일터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저 모여 즐기는 곳일 뿐이었다. 낯선 자에게는 일상의 탈출구이고 감정의 해방구일 수도 있지만 익숙한 자에게는 늘상 이어지는 매일의 연장이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도 격양된 흥분도 찾기 힘든 황폐지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눈요기와 말초신경을 위해 찾아가는 곳이었다. 이제 이태원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변모되었다. 그 시절 이태원의 밤을 아는 사람만의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사진으로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은 사라져버린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김 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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