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시 제 목 : 백두산 새 관찰기
∎ 전 시 작 가 : 박 웅
∎ 전 시 일 정 : 2017년 10월 19일(목) ~ 10월 25일(수)
∎ 전 시 장 소 : 반도갤러리 - 반도카메라 2층
백로 둥지 촬영을 시작으로 야생의 새 사진을 30년 넘게 하면서 익힌 나름의 결론이 있는데 그 것은 새들에게도 지켜줘야 할 존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끼를 키우는 새의 둥지를 촬영하면서 터득한 것은 그들과 그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충분한 교감을 형성하면서 그 새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생태 사진가로서의 최고의 덕목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 덕목에는 촬영가를 두려워해서 도망을 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혹여 황급히 도망을 가는 새의 뒷모습은 촬영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고 있었는데 최근 사진으로 작품을 남기기 위한 촬영가들의 욕심 때문에 천연기념물인 나무를 잘라내기도 하고 희귀한 새 둥지를 잘라서 촬영하기 좋은 조건으로 만든다는 볼썽사나운 뉴스를 접하면서, 같은 생태 사진가로서 일말의 부끄러움 때문에 특히 이 책에서 세밀하게 묘사하는 부분들이 모두 야생의 새들에 대해서 어떻게 배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방법과 요령을 서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 철새들 중에서 특히 그 둥지가 독특한 새들을 찾아서 숲속을 헤맬 때에도 이 원칙을 벗어난 적이 없다.
또한 백두산에 사는 새들이라고 해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하고 백두산에서 번식을 하는 호사비오리를 찾아서 6년 째 이도백하의 송화강을 찾았지만 언제나 야생의 호사비오리 몸짓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
번식을 하는 호사비오리의 자연스런 행동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양보와 배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6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 욕심만 채운다면 그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촬영하고 기록하는 것은 자연이 만든 기록이 아니고 인간이 만든 조작된 기록일 뿐이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배려하지 않고 양심을 저버린 기록은 쓰레기 같이 쓸모없는 기록이 될 것이 뻔하다.
자연의 한 부분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극히 전문적인 내용으로 일반적인 독자의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새들에게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다소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 편으로는 드넓은 백두산 자락 어디로 찾아가야 보고 싶고 촬영하고 싶은 호사비오리와 다른 새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막막하던 나에게 조건 없이 안내를 하고 필요한 도움을 아낌없이 베풀어 준 이도백하의 사준해 사장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박 웅
건축사로 30여 년간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건축모형도를 촬영하던 카메라를 들고 틈만 나면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그리고 백두산을 다니면서 찍은 산 사진과 산을 오르내리면서 느낀 소회를 담아 2004년에 “우중입산”을 펴냈다. 그렇게 한창 산 사진에 몰두하던 1998년, 우연히 지리산 하산 길에 만난 잣까마귀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이끌리어 야생 조류 촬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새 사진에 심취한 것이 벌써 18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동안 수많은 새들의 역동적인 아름다운 몸짓과 둥지에서 자라나는 앙증맞은 새끼들을 촬영하면서 야생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새들을 대하는 마음이 점차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는 중구난방으로 새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은 대신에 특정한 새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관찰자로서의 기록을 중시하는 자세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 결과로 8년여의 기록을 담은 “참매 순간을 날다” 라는 참매의 일생을 기록한 관찰일기를 2013년 발간하기도 했다. 참매의 일생에는 번식 과정과 겨울을 나면서 사냥하는 생태 등을 수록하게 되었는데 맹금류의 습성 중에 사냥감의 선택을 세밀히 관찰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하고 봄이 되면 백두산으로 이동을 하여 번식을 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 448호인 호사비오리에 대한 기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집중하였다. 백두산에서 번식을 한다는 그 사실이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20여 년간 백두산을 다니면서 풍경 사진을 찍은 경험과 요령으로 새 사진에도 접근이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분단 된 남북을 호사비오리는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사실이 더 큰 호기심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예상은 절묘한 인연으로 맞아 떨어져서 매년 봄이면 백두산을 찾았고 호사비오리의 번식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백두산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면면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적을 사진에 담아 호사비오리와 함께 그 기록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기록은 앞으로 야생의 생태 공원을 조성하는데 초석이 되리라 기대를 하고 있다. 또한 새들의 둥지 짓는 과정을 건축 전문가로서 세밀히 관찰하고픈 열정을 갖고 있으며 특히 백두산 정상에서 번식을 하는 바위종다리와 칼새의 둥지 짓는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에 쉼 없이 도전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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