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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ght/Remind

yun jong 2015. 5. 20. 11:42

Resight/Remind
김정회 김태동 박정표 박찬민 서영철 성정원 양호상 원범식 정경자 조준용

갤러리 룩스

 

 

 

 

 


 

사진을 보는 사시적 시각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수 년 동안 ‘갤러리 룩스 신진작가 공모’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사진공모전이 사정상 휴지기를 갖게 되었다. 그러다 갤러리 룩스 공간이 옥인동으로 이전하면서 그동안 공모전을 통해 선별된 작가 중 10 명을 모아 《Resight/Remind》을 마련하게 되었다. 김정회, 김태동, 박정표, 박찬민, 서영철, 성정원, 양호상, 원범식, 정경자, 조준용이 그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심사에 참여하면서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업을 일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고 이를 통해 다양한 작가, 작품에 대한 정보 그리고 동시대 사진의 양상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은 갤러리 룩스가 마련한 마련해준 초대전을 통해 자신들의 작업을 선보이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하였고, 이를 통해 향후 보다 진전된 작업세계를 도모할 용기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갤러리의 역할과 소명은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작업발표의 공간을 마련해줌과 동시에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며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수많은 갤러리들이 그 같은 본래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는 점은 무척 회의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보여준 갤러리 룩스의 신진작가 공모전과 개인전 개최 등은 한국 사진계에 무척이나 소중한 기회였다고 본다. 갤러리 룩스가 이제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였고 그에 따라 그동안 해왔던 공모전을 보완하면서 새롭게 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날 젊은 작가들은 이전에 비해 전시의 기회가 풍부해졌고 그만큼 작품을 발표할 공간 및 다양한 지원제도를 비교적 풍요롭게 향유하고 있다. 그간 갤러리 룩스가 마련한 신진작가 공모전은 작가 지원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사진에 한정되긴 했지만 사진의 확장된 여러 경향들도 엿볼 수 있었다. 오늘날 장르 개념은 사실 무의미해진 편이다. 그러나 주어진 매체를 선택했다면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독자한 성질이나 특성을 자기 작업의 도구로 이용하고, 언어화 하는 나름의 필연성이나 당위성 같은 것은 불가피하게 요구되어 보인다. 그러니까 사진작업을 한다는 것은 매체와 내용 간의 긴장관계 내지는 그 둘의 절실한 접촉지대를 문제의식으로 끌어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사진가들의 작업은 저마다 다른 개념적 시선과 함께 그것을 드러내는 기법의 편차를 통해 결국 자신이 대면하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한편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사시적’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의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은 사진에 대한 해석의 스펙트럼이 넓고 개별 사진들이 지니는 의미의 진폭도 큰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박하지만 자신의 삶속에서 관찰된 세계를 질문하고 이를 표현하는 매체로 사진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동시에 사진이 어떠한 매체가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작업들이 많았다. 사진은 분명 보는 행위로부터 출발해 그것이 남긴, 결국 보고만 것이 관자의 망막과 가슴에 상처 같고 여운 같은 심연을 파는 일이다. 그 구멍의 깊이가 아득한 사진이 좋은 사진일 것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10 명의 작가들은 일정한 시간의 경과 속에서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모색을 도모하고 있다. 《Resight/Remind》는 그 흔적, 궤적을 엿보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그동안 이들의 작업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김정회의 연작은 프레임 하단에 바싹 걸쳐진 건물의 외곽선과 그 사이로 번져 나오는 빛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밤 풍경이었다. 무엇보다도 도회적 감수성을 대변하는 색채감각이 돋보였다. 근작 연작은 도시의 풍경이 얼핏 드러나지만 실은 기계적 오류로 인해 지워진, 망친 부분이 표면을 덮고 있다. 규칙적인 선들이 표면을 잠식하는 데서 사진과 드로잉이 겹쳐지는 듯 하다. 작가는 사진의 재현적 기능을 의도적으로 폐기하고 그 부분을 활용한다. 그에 따라 사진은 실제 대상과 전송오류로 인하여 상실된 부분이 공존한다. 실제 이미지와 오류로 변형된 이미지가 서로 공존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재창조 되는, 개념적인 사진이다.

김태동의 연작은 새벽에 홀로 도시를 부유하는 사람들을 촬영한다. 작가는 낯선 이들의 차가운 시선, 도시의 깊은 밤이 뿜어내는 스산함으로 인해 번져나는 묘한 긴장감을 건져 올리고자 했다. 그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욕망의 공간을 부유하는 사람들과 도시의 이면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게 되기’와‘도시의 끝자락에서 중심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으로 읽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결국 그것은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의 투영에 가깝다.

박정표의 연작은 바다를 마주하고 바라본 경험을 사진이미지를 통해 시각화한 작업이다. 바다를 바라본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출몰하는, 고정된 상을 지니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채로운 표면을 거느린 거대한 질료 덩어리다. 작가는 그 표면에 깃든 다양한 시간, 가변적인 것에 매료되어 이를 다시 보여준다. 그것은 바다에 대한 개인적인 지각체험의 가시화다.

박찬민은 화면 가득 건축물의 외관을 보여 준다.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 혹은 구조물의 단순화 혹은 배경의 삭제를 통해 본래의 형식적 측면을 부각하고 평면성을 강조한다. 사실 그 건축물은 영화촬영을 위해 만든 가상의 공간들이다. 사진이 지닌 재현의 기능, 진실과 기록 등을 문제 삼는 한편 허구와 가상이 실재를 압도하는 오늘날 현실에 대한 풍자로도 읽힌다.

서영철은 흑백사진으로 도시의 일상 풍경을 잡아내고 있다. 일정한 거리 속에서 엿보이는 도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적조하고 고독해 보인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도시공간에 놓여진 현대인들의 실존적인 상황에 주목하는 이 사진은 동시에 흑백사진이 지닌 구성과 톤의 조율이 자아내는 힘을 보여준다.

성정원의 작업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일상에 대한 해석의 언어로 사진을 구사해왔다. 특히 오늘날 소비사회에서 대량생산, 대량 소비되는 소비의 메커니즘을 질문해왔으며 타인과의 관계, 소통 등을 다루었다. 더불어 공간에 설치되는 연출을 통해 관자와의 소통을 도모하고 사진과 문자, 시각과 청각 등을 동원해 통감각적인 소통을 꾀한 작가다. 근작은 압착 고무와 바인딩 테이프를 유리창에 설치하거니 영상과 탄성줄(고무줄)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다. 이 작업 역시 이전과 유사한 맥락에서 ‘두 지점을 연결하는 줄의 떨림을 통해 관계 속에서의 낯섦, 떨림, 그리고 관계 지속에 대한 의지와 지탱을 표현’하고자 한다.

양호상의 연작은 강렬하고 어른거리는 색채 속에 묻힌 옷 사진이다. 특정한 기호와 디자인을 보여주는 옷은 동일한 색채의 배경 속으로 스며들어 은닉되다가 문득 걸려든다. 사진의 평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옷이라는 오브제와 그 배경의 구분자체를 무화시키는 한편 새삼 옷감의 프린팅과 패턴, 색채를 통해 특정 시간대의 역사와 기억을 은연중 건드린 사진이다. 명료한 정보를 제공하고 특정 형태를 기록하는 사진을 무력화시키는 옵아트적인 장치도 흥미롭다. 근작에서는 특히 사진의 재현과 디지털 복제를 통해 현대사회의 대량생산품인 오브제와 컴퓨터의 픽셀이미지로 표현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원범식의 사진은 건축물을 연결한 기이한 건축풍경사진이다. 이질적인 건축물의 외관을 연결해서 만든 이상한 풍경이자 동시에 무척 회화적인 요소도 가득했다. 그것은 거대하고 새로운 조각이기도 했다. 이 건축조각 사진은 대도시 판타스마고리아fantasmagoria의 콜라주에 해당한다. 그것은 인간의 환상, 욕망이 잘 구현된 아케이드이자 여러 정치?역사?사회적 환영을 표상하는 도시의 파편들을 수집, 봉합해 만든 거대한 조형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루어진 건축사진은 작가가 수집한 건축양식의 총체이자 동시에 그것의 분열증적 집합에 따른 기이한 욕망의 착종과 어질한 대도시의 환영을 동시에 안겨준다.

정경자는 익숙한 존재, 대상을 보는 관점에 구멍을 낸다. 본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자 동시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다시 보기를 감행하는 의식이다. 작가들은 후자를 따르는 이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감각을 자극하여 눈길을 끈 것들을 선택해서 촬영했다. 비근한 일상의 소재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앎과 미지의 것 사이에서 놀이한다. 세계와 사물은 그렇게 나를 둘러싸고 있다. 이미지들은 치유 불가능한 고독과 우울함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삶은 언제나 그렇듯 계속된다.

 

조준용은 그동안 도시 주변에 자리한 열병합발전소를 찍었다.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의 굴뚝, 건물의 일부분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심장처럼 찍고자 했다는 작가의 의도가 날카로운 프레임에 의해 감각적으로 건져 올려진 사진이다. 근작 은 런던의 관광지에서 살아 있는 동상처럼 연기를 하는 거리 공연자들을 촬영했다. 그들의 이미지를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달리는 상업용 트럭의 화물칸에 영사시킨다. 이 과정 속에서 달리는 상업용 트럭은 거리 공연자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캔버스 혹은 스크린이 되며 동시에 그 거리 공연자들의 이미지는 그 시-공간 속에 머무르게 된다. 작가는 그 같은 작업방식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성을 따르는 두 대상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시-공간적 리듬의 순간을 포착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