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서문 ] 사막에서 섬을 느끼다.
김영태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인간의 사유세계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다. 하지만 외부세계를 바라보고 느끼는 감성체계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는 간극이 발생 할 때가 있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감정의 흐름에 의해서 외부의 자극에 다르게 반응한다. 또한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서 동일한 대상을 각기 다르게 느끼고 해석하기도 한다. 감성, 감각, 경험, 세계관, 미적인 주관 등 개개인의 정체성에 따라서 외부 자극을 차별적으로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다. 모더니즘적인 사진은 이와 같은 인간의 사유체계 및 지각방식이 작동한 결과물이다. 특히 풍경사진의 경우 작품을 형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뿌리가 작가의 감성 혹은 감각이다. 또한 그 결과물은 타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독특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감성적인 사진은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혹은 현란한 디지털테크놀로지로 포장된 결과물이 넘치는 동시대 예술제도의 장場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미학적인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갤러리 나우에서 ‘섬, 사막’이라는 표제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송정순도 이처럼 작가 개인의 감각 및 감수성에 의존한 이미지를 생산하여 보는 이들의 내면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려는 수사법을 선택했다. 가장 기본적인 사진 찍기 방식이자 작가의 감정을 솔직하게 날 생선처럼 순수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방법이다. 작가는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사막을 횡단하면서 만난 풍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다양한 앵글 및 프레임을 선택해서 단순하면서도 조형적인 이미지를 성취했다. 또한 효과적인 원근감 표현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막을 지나면서 바다풍경을 이루는 섬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외로움, 고독, 슬픔 등과 같은 감성적인 단어와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롱샷 Long Shot으로 촬영했다. 때에 따라서는 동물이나 인간의 신체 일부처럼 감각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기 때문에 늘 일정한 촬영거리는 유지한다. 이처럼 최종결과물의 느낌이 다양한 것은 작가의 내면이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수시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직관적인 사진 찍기를 한 것이다.
사진의 역사에선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1886 ~ 1958)이 찍은 ‘사막’사진이 유명하고 모더니즘사진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는 초대형카메라를 사용하여 대상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하려고 시도했다. 모더니즘사진의 전성기인 1930, 40년대는 카메라 렌즈의 광학적인 재현능력을 극대화해서 사진의 독창적인 미학을 정립하려고 노력한 시기이다. 그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가 작가의 작품이다. 하지만 근원적인 미는 회화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송정순의 작품은 이와는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해서 회화적인 미를 추구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성 혹은 감정에 충실한 결과물을 생산하려고 노력했을 뿐 이다. 학습을 비롯한 외부의 영향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생산한 결과물이 아니라 작품의 근원根源이 자기 자신이라는 의미이다.
작가의 작품은 컬러, 원근감 등이 시각적으로 두드러진 특징이고, 내용적으로는 대상을 낯설게 재구성하여 보는 이의 상상력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또 다른 축에는 작가를 비롯한 인간의 원초적인 외로움이 내재되어 드러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특정한 이즘을 따르거나 주도적인 경향을 추종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수성 혹은 정서에 충실한 작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상향적인 미美를 추구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미술사 혹은 사진사적인 문맥에 따르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 충실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또 다른 차별점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결과물 자체가 새로운 층위層位에서 존재하는 작가의 분신分身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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