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포럼 기획 김미리 사진전 [Sensory Representation]展
2019년 02월 20일(수) - 02월 26일(화)
갤러리 나우
사유적인 층위에서 존재하는 또 다른 조형언어
김영태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김미리는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다. 하지만 모더니즘시대의 사진가들처럼 특정한 대상이나 사건을 사실주의적으로 재현하거나 도큐멘트document하는 작업과는 많은 간극이 느껴지는 작업을 한다. 작가도 초기에는 외부세계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거나 자연풍경에서 느낀 감흥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작가의 관심이 일상에서 존재하는 공간으로 옮겨지면서 작업을 하는 미학적인 태도 및 스타일이 변모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공간에서 우연히 주목한 선을 미니멀minimal하게 보여준다. 또한 역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가는 아스팔드 위에 그어져 있는 선에 주목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여러 사회적인 규칙이나 규범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직관적으로 작업하였고 새로운 의미가 발생했다. 자신의 감성과 교감하는 선을 감각적이면서도 단순하게 재구성해서 본래의 의미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결과물이 생산되었다. 동시대인들은 순수자연보다는 인공적으로 변주된 도시풍경에 더 익숙하고 감각적으로 빠져든다. 작가도 이와 같은 정서를 기반으로 작업을 했다. 또한 후반작업에서는 디지털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대상의 표면을 미적으로 다듬고 컬러를 새로운 층위에서 존재하는 감각적인 느낌을 자아내도록 변주했다.
모더니즘시대이전까지 서양의 화가들은 오랫동안현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모더니즘시대부터는 더 이상 구체적인 형상을 재현하지 않는다. 점선면체點線面體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선면의 재현을 통하여 현실의 핵심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사유적인 내면을 시각화했다. 김미리도 이와 같은 모더니즘회화처럼 대상을 최대한 단순하게 재구성하며 컬러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의식과 무의식이 비선형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그 결과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모더니즘사진과는 한참 멀어진 회화적인이미지처럼 다가온다. 19세기에 미학이 정립된 초기예술사진은 당시의 아카데미회화에 미학적 뿌리를 두고 있다. 그 후 20세기초반부터는 사진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정립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진은 회화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 날수는 없었다. 하지만1960년대와70년대를 거치면서 개념적이고 포스트 모던한 사유를 하는 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수용하면서 사진은 동시대미술의 중요한 표현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같은 미학적인 지형에 영향을 받은 김미리는 사진을 자신의 미적인 감각 및 사유적인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성과 의식세계를 자극하는 선을 자유롭게 재현하였는데 특정한 조형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프레임 및 앵글을 선택했다. 그 결과 역동적인 조형언어가 생산되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머물지 않고 디지털프로그램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감을 개입시켰다. 그 결과 보는 이의 시각 및 감성을 압도하고 자극하는 조형언어가 생성되었다. 사진이라기보다는 그림처럼 느껴지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회화와는 많은 간극이 존재한다. 디지털기술이 작용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회화적인 물성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디지털적인 차가운 이미지다.
디지털테크놀로지시대의 사진은 더 이상 현실 그 자체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작가의 표현의도에 따라서는 현실과 전혀 다른 층위에서 존재하는 또 다른 조형언어다. 이지점에서는 기록으로서의 사진이나 아름답고 풍부한 계조를 통하여 미적인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아니라 작가의 철학적인 사유 및 상상력을 기반으로 현실을 해석한 결과물로서의 조형언어로 작동한다. 작가의 작업도 이와 같은 층위에서 생성되어 우리의 지각을 현혹하는 독자적인 조형언어다.
김미리는 감성적이며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 작가가 생산한 조형언어는 이와 같은 작가의 내밀한 사유세계를 반영한다. 또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미학이 투사된 결과물이다. 작가가 디지털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변주하여 보여주는 컬러는 현실공간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새로운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모더니즘시대의 사진은 신이 창조한 현실을 감동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포스트모던도 종언을 고하고 있는 이시대의 사진은 전통적인 사진의 미학적인 범주를 탈각하여 가상의 세계를 제시한다. 작가의 작업도 의식과 무의식이 어우러져서 생성된 또 다른 차원의 조형언어이며 지금시대의 시각문화를 환기시킨다. 시각적으로는 모더니즘시대의 추상표현주의회화나 미니멀리즘회화와 닮아있기도 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명상적인사유세계를 시각화한 조형언어로 다가오기도 한다. 언어의 범주를 벗어난 초월적인 최종결과물로 느껴진다. 작가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의 표상表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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