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및 소개 글

의문의 태도를 지닌 사진들

yun jong 2015. 2. 25. 16:45


555TH 2015. 2. 25 - 3. 24
의문의 태도를 지닌 사진들 Photographs with qeustions
권오철 김두하 김용태 김익현 김진희 김흥구 윤승준 차주용 최중원 홍진훤
갤러리 룩스


장면의 탄생 Birth of a Scene (박진영 Area Park)


작업실의 이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정리합니다. 평소 정리정돈이 되는 사람에게 이사는 좋은 핑계거리이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서랍장 구석에 다이어리 사이즈의 명함첩이 여섯 권이 있습니다. 필름은 정리가 되지만 명함첩은 그나마 정리되어 있는 편입니다. 받는 순서대로 넣어 두면 되니까요. 정도가 사진관련 명함들입니다. 이름만대면 알만한 사진가들의 옛날 명함을 보고 있자면 디자인이나 글꼴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문득문득 생각나 혼자 웃곤 한답니다. 또한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여러 형태로 사라져 버린 인물들의 명함들을 보고 있자면 온갖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런 느낌을 사람들은만감이 교차 한다라고 복잡 미묘하게 표현하나 봅니다.

디지털이라는 상상을 뛰어 넘는 기술력은 사진을 이상 사진가를 위한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제관계하의 도제식 교육이 이상 필요치 않으며 간단한 이론서나 실용서로도 쉽게 시작해서 쉽게 사용 가능한 분야가 것입니다. 기술력이 우리에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툴들을 선사한 반면, 획일적인 프린트나 화려한 프레임으로 인해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이나 스타일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시인들이 찍는 사진은 얼마나 감성적인지 화가들이 찍는 사진은 얼마나 새로우며 기묘한 가끔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이미지들은 수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장의 저널리스트들이 찍지 못하는 장면을 현지의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린 이미지들은 얼마나 생생한지 나아가 초단위로 SNS 올라오는 몇몇 상황들의 이미지들은 여러 분야에서 실제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좋은 이미지들로 넘쳐나는 시대를 마주한 것입니다.

<장면의 탄생>이라는 전시가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이상 전시의 형태로 사진을 보여준다는 것이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을 하면서도, 역으로 전시만이 보여줄 있는 방향성, 시대성, 작업의 맥락적 서사를 다시 생각합니다. 2006년에 <견고한 장면> 이라는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작가로도 참여한 작은 전시였지만 한정된 공간, 시간에 어떻게 하면 작품들을 돋보이게 있을지, 작가들을 어떻게 대하고 초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지 않은 공부가 전시였습니다.

<장면의 탄생>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대학생의 습작에서부터 아마추어로 시작해 작가반열에 들어 작가들, 의미 있는 작업을 수년째 진행하면서도 제대로 기회가 없었던 예비 작가들, 탄탄한 실력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묶은 전시입니다. 전시는 새롭게 출발하는 갤러리 룩스의 재개관과 함께 합니다. 사람에 의해 기획된 전시라는 것이 어차피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보여주는 것임으로, 감히 당대를 대변한다거나 최근 작품의 경향을 보여준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평론가나 기획자가 아닌 작가인 저에게 일이 맡겨진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룩스라는 갤러리의 인사동에서 옥인동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전시의 타이틀만 제시하고, 작품의 선택은 작가에게 맡기는 형태의 전시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작가의 이름도 들어가지 않는 전시를 만들 예정입니다. 다만 작가의 선정은 가급적결정적인 순간을 찍는 형식 아닌익숙한 상황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형식 스타일을 지닌 분들을 모셨습니다. ‘찰나 포착하던 시대에서장면 만들어 내는 시대가 것처럼 말입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한들 이번 전시는 보는 눈에 따라 그리 새롭지도 않을뿐더러 명멸하는 수많은 전시 하나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물며 개인전이 아닌 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제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바입니다. 언젠가 감동적으로 읽은 선배 사진가의 글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중략

나는 전람회장에 들어온 관람객을 압도해 보려고 생각해 적이 없다. 대신 작은 소리로 선뜻 느낌을 주거나, 조용하게 설득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있다면 전람회에 사람들을 보다 오래 사진 앞에서 머물게 하려고 온갖 궁리를 한다. 빨리 보고, 바쁘게 전람회장에서 나가게 하는 것이 서비스가 아니라, 오래 머물며 보고 보게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갈등 갈등, 그리고 여러 시시콜콜한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걸어놓은 작품 앞을 관람객이 만에 지나가는 것을 보고 행복해 작가는 없다. (강운구, 『오래된 풍경』, 열화당, 2011,
pp.14-15
발췌)

우리 곁에 있었던 몇몇 사진 갤러리 가장 오래되었고 꾸준하게 많은 작가들이 거쳐 곳이 바로 갤러리룩스입니다. 이제는 인사동의 삐걱대는 나무계단을 오르내릴 없다는 생각을 하면 허전하기도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옥인동 시대를 응원합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작가와의 만남이라는 밥맛 없는 행사 대신 <사진판 뒷담화 - 안오면 까이고, 와도 까인다(가제)>라는 토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진계의 분을 패널로 모시고, 반나절 정도 사진계의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난상토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패널들끼리 토론하고 막판에 질문 두개 받는 형식의 토론이 아니라, 개의 사안을 패널들이 즉흥적으로 정하고 관객들과 함께 토론할 예정입니다. 형식과 시간이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진행되는 만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받은 명함 사진가라는 명함이 가장 많습니다. 본업은 변호사나 의사, 탤런트, 회사경영자, 술집점주, 부동산관리 실로 다양하지만 본업 말고 사진가의 명함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시대가 만들어낸 일종의 로망처럼 느껴집니다. 하긴 사진가가 면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들의 명함은 명함첩에 들어갈 것입니다. 저는 어딘가 혹은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를 하고 있겠죠. 사진이라는 꿈같은 쫓으며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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