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및 소개 글

박형렬.Dig and Cover

yun jong 2016. 8. 8. 16:45

박형렬.Dig and Cover

2016년 8월10일 ~ 8월28일 

갤러리 룩스









박형렬의 파노티시즘적 사진전술,

최연하(독립큐레이터)


풍경사진은 공간의 조직체계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그 공간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묻지 않으면

풍경사진의 의미를 알 수 없다.

- J.B. 잭슨



풍경과 풍경을 조직하는 권력과의 관계를 사유해 온 박형렬이 여섯 번째 개인전를 개최하게 되었다그동안 땅과 땅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가시화하는데 사투를 벌여온 그의 수고로운 노동은 이번 전시에서 높은 밀도와 정교한 형식을 갖추며 2009년부터 꾸준히 발표한 박형렬식의 소위, ‘땅 프로젝트의 한 결과를 제시하게 되었다그에게 작업은 여러 함의가 있다땅은 작업의 시원이 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작업자의 미덕이라 할 만한 삽질의 여정을 심어 준 계기이다거시적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늘 문제를 발생시킨 우리의 땅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고작가로서 풍경사진을 탐색하는 사진적인 고민을 개진해 가니그에게 은 작업의 시작과 전 과정을 담보하는 전경이고 후경이라 할만하다박형렬은 권력의 작용 지점이자 저항의 공간으로서 을 개념화하고 일상적 실천의 행위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풍경을 선보이고 있는데파놉티시즘(panopticism)의 형태로 포착하고자 하는 그의 사진적 전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풍경사진에 기대는 보편의 정서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이거나자연의 신비로움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시간을 초월하는 영역이 주를 이루었다그렇기에 자연을 변형시키거나 왜곡해서 촬영하는 것보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풍경을 발굴해서 기존의 예술사적 모델에 맞게 보편의 규범을 찾아 촬영하는 것이 상례였다면박형렬은 -풍경을 통해 도시계획이나 건축부동산 경제와 지리학 등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점검하는 일에서 그 가치를 찾고 있다인간이 땅에 행한 끝없는 ‘DIG AND COVER(파고 덥기)’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적 구조물이 바로 '땅의 풍경(Land-Scape)'이라는 것이다그러므로 그의 사진에서 땅을 둘러싼 쟁점을  살피는 일은 중요해진다땅을 '캡춰capture'하고, '리마크remark'하고 땅의 '형세figure'를 보기 위한 박형렬의 작고 느리고 길고 반복적인 행위는기본적으로 땅의 속성에 닿아 있기도 하다그러한 행위를 통해 땅을 지배함으로써 영속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발언remark’을 시도하며 수치figure’화 되어 온 땅의 형세를 멀리서가까이에서 다시 보게 하면서 땅을 다스려온 인간의 시각을 역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좀 더 주목할 세목은그의 사진이 기존의 풍경사진이 지향하는 고상하고 아름답고 장대함을 갖춤과 동시에 문화적 텍스트를 강력하게 품고 있다는 것이다땅에 반영된 인간의 가치와 행동을 취사선택하고 재구성하여 하나의 텍스트를 이루고 있는데실상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사진은 결코 말을 하지 않기에사진 속의 텍스트는 오로지 해독하는 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작가의 의도와 땅-풍경 사이에 얽혀 있는 의문들은 한 컷의 사진을 만들기 위한 그의 지난한 여정만큼이나 두텁다박형렬의 수행적 사진(performative photography)의 힘과 형식의 유희가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도, ‘쓸데없는 짓처럼 보이는 행위에 수고로움이 집적되어 있다는 것이다어쩌면 나약하고 무의미해서 무엇도 포획하지 못하고 발언하지 않는 것 같은 이 반복되는 유희는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의 모든 시스템에 저항하는 전유의 방식이라 할만하다박형렬은 무의미한 '쓸데없는 짓'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상황과 사회적 풍경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작가의 사소한유희가 사건이 되는 이유이다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자신만의 놀이를 고안해 냈는데그 메시지가 강력한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된다.


그동안 버려진 화분들을 모아 공공의 장소에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거나공터의 땅을 파거나 덮기를 반복하고때로는 비닐이나 천으로 땅을 감싸고실로 땅에 드로잉을 해 온 그의 사진 행위들은 미셀 드 세르토 (Michel de Certeau)가 말한 전술trace'이나 쓸데없는 짓 하기faire de la perruque'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그의 시선은 도시공간에 일상화된 CCTV의 시각처럼높은 곳에서 관찰하는 타자의 시선이다파놉티콘적 근대 권력의 전략을 벗어나는 미시적 실천들을 탐구할 수 있는 이론적 방법론과 실례를 제시해 온 세르토가 근대 권력의 작동 방식으로 제시하는 파놉티시즘(panopticism)은 제레미 벤담의 파놉티콘 원리에서 가지고  왔다크레인을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대상을 바라보고판별하며공간을 구획 정리하며 촬영한 박형렬의 시각은 응시의 대상이 되는 모든 행위들을 담론의 대상으로 구성하며 조직하는 시선이라 할 수 있다박형렬은 자신을 대상과 분리시켜대상에 대한 지식을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시점(view-point)의 중심에 스스로를 위치시킨다이러한 조망은 오늘날 땅따먹기를 하는 도시계획자의 시선과도 중첩된다땅을 앎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땅을 포섭해 온 근대 권력의 시선인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공간의 합리적 재현기법이라 할 수 있는 선원근법을 잘 구현한 카메라의 시점처럼파놉티콘의 형태로 수렴해낸 박형렬의 풍경-전술은 이 지점에서 중요해진다파놉티콘적 응시는 모든 것을 감독하고타자의 공간을 대상화하고 담론화해 온 권력의 시선이자그간 땅을 점유해 온 자본의 파놉티시즘적 작동원리이기 때문이다자본의 권력에 맞서 일상의 보이지 않는 실천을  통해 자본과 권력에 포섭되지 않는 어떤 가능성에 주목한 세르토의 전술처럼박형렬은 땅위에 새로운무모한 지도를 그리며 부드러운 저항을 시도한다권력의 원근법이 도시를 구획한다면박형렬의 파놉티시즘적 시각은 마치 훈육을 피하기 위해 훈육이 행사되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서 다양한 형태저항고집스러운 조치들을 추적하여 일상적 실천과 체험의 공간도시의 불안한 친숙성에 관한 이론을 전개하고자 한다.”는 세르토의 실천의 영역에 닿아있다.

땅을 찾아 긴 시간을 헤맨 그에게 사람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거나사람으로부터 버려진그래서 폐허가 된 공터는 매혹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땅과 조우(encounters)하고 땅을 연결(connections)하고그리고 사유의 선(line of thought)을 접고 펴는 것을 유도하여 또 다른 되어감(another becoming)과 도주선(line of flight)을 촉구하고 있는 그의 땅-풍경 사진은 확실히 견고한 탈주를 보여주고 있다특히 인간과 땅의 이질적인 관계들을 구축함으로써 본질보다는 정황과 상황을 제시하며 사진과 설치조각과 퍼포먼스를 넘나들고 그 중간-중간의 의미들을 놓치지 않고 있는 점은 박형렬 사진의 특장이라고 할 수 있다그의 느리고 긴 여정은자본주의 질서 자체를 드러내면서 그 배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결코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관계망에 대한 색다른 고민을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풍경사진의 가능성을 예고한다.



박형렬 Hyong-Ryol BAK

학력
2012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M.F.A) 졸업
2009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

주요 개인전
2016 Slow-Drawing, The MRO Foundation for Documentary Photography & Film, 아를, 프랑스
2015 Slow-Drawing, BMW Photo Space, 부산
2013 Remake : Revisit The Captured Nature_조용한 시위, 경기창작센터 共 : 作 , 경기
Invading Nature, 송은아트큐브, 서울

주요 단체전
2016 CONCRETOPIA,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2015 한국현대미술의 흐름Ⅷ 사진의 여정, 윤슬미술관, 김해
버스에서의 만찬, 스페이스 캔, 서울
14회 동강국제사진제, 동강사진박물관, 영월
Summer Lov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4 장면의 재구성 #2,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서울
2013 Space Invaders, Space K, 대구
그 작가의 실험실, 아시아문화마루, 광주
Slow art, 갤러리 소소, 경기
어린이 꿈★틀, 경기도 미술관, 경기
Re-Photography, 갤러리 네모, 서울
New Hero 16, 갤러리 네모, 서울
2012 Nature, 모란미술관, 경기도
2011 What do You think about Nature?, Galerie89, 파리, 프랑스
Testing the water, Showroom Arnhem, 아르헴, 네덜란드
제33회 중앙미술대전, 한가람미술관, 서울

수상 및 레지던시
2016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개인전 지원 기금 선정
2015 13회 다음작가상 수상, 박건희문화재단
2013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선정
2012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선정, 송은문화재단
월간퍼블릭아트 선정작가 대상 공모 대상수상,월간퍼블릭아트
제13회 사진비평상 작품상 수상, 포토스페이스
'Belt' 사진부문 최우수작가 선정,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
2011 제33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수상, 중앙일보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고은사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전시안내 및 소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사회 사진전  (0) 2016.08.17
The Middle Ages.   (0) 2016.08.11
내 삶의 속도는 몇 Km인가  (0) 2016.08.03
전 시 제 목 : 12mm  (0) 2016.08.03
정필석 개인전 [Truck] 展  (0) 201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