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노트 ]
< 개미마을 블루스 >
『개미마을 블루스 展』의 ‘개미마을’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실제 ‘개미마을’을 가리킨다. 바로 이 개미마을의 점차 노후해 가는 실상과 그 세월을 되돌리려는 듯한 벽화의 역설적이고도 정겨운 공존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또한 과거의 흔적이 가득한 개미마을의 현재 모습에서 새로운 미래의 비젼을 비추어보고자, 청사진(Blue Print) 형식에 적합한 고전사진인화방식인 시아노타입(Cyanotype)을 사용하였다. 이는 현재 개미마을이 마을과 벽화의 노후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문제들에 당면해있지만, 작품을 통해서 현재를 딛고 내일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깨우게 되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개미마을은 현재 주민 42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주로 다른 지역의 재개발 계획 때문에 이주해온 주민이 많고, 마을 대부분이 무허가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이곳은 가장 기본적인 도시가스 배관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며, 오랫동안 서울시의 개발과 보존계획이 필요한 지역으로 언급되어왔다. 2009년에는 서울시가 개미마을의 3만 4,611㎡에 대해 ‘제1종 지구단위계획 변경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통과시켰고, 이곳을 2012년 주거환경관리사업 후보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계획 또한 현재 ‘이 지역에 아파트를 제외한 용적률 최대 150%를 적용해 4층 이하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만을 건설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민간건설업체가 개미마을의 재개발 계획을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위로랄까, 2009년부터 벽화 봉사 단체에서 개미마을을 찾아와 칙칙하고 무너져 가는 벽의 틈을 메우고 그 위에 아름다운 색채의 벽화를 수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꽃이 백일을 가지 못하듯 벽화의 형상들도 점차 빛이 바랬고, 만으로 5년여가 흐른 지금 이곳에 주거하는 주민들의 실생활에 근본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마을 주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에겐 삶의 터전인 마을이, 외부인들에게 독특한 관광지처럼 여겨지는 것이 과연 달가웠을지 의문이다. 개미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관심을 가져준 도움의 손길들은 이제 개미마을의 정취를 향유하는 것을 넘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삶의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 ‘개미마을 블루스’ 개인전을 통하여 잊혀 가고 있는 개미마을의 기억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개미마을이 나아갈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해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의 제작 방법을 고전 아날로그 사진 프린트 형식 중 하나인 시아노 타입으로 하였고, 이 독특한 사진 프린트 기법은, 개미마을의 현재 모습을 파란 청사진(Blue Print)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사진 속 개미마을은 분명 고단한 생生의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사진의 프리즘을 관통하며 미래지향적인 희망의 빛을 뽑아 올린다.
사진은 수많은 순간과 순간들로 구성되어있는 현실 지각의 비가역적인 횡적 흐름으로서의 ‘시간’을, 종적으로 절단하여 그 절단면의 ‘순간’을 볼 수 있게 한다. 사진의 이미지는 그 사진을 찍을 당시의 ‘지금’을 절단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청사진에 담긴 이미지는 과거의 역사가 응축된 ‘지금’이라는 단순한 시간의 얇은 표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청사진으로서의 효과가 더해져 미래의 모습 역시 그 안으로 끌어 들인다. 바로 이러한 청사진 고유의 위력이 개미마을 고유의 세월의 켜와 또 그 위에 그려진 벽화로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조형미들을 만나서,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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