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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개인전 [Floating Dreams: 2nd] 展

yun jong 2016. 3. 2. 15:36

이종훈 개인전 [Floating Dreams: 2nd] 展
2016년 3월2일 ~ 3월15일 

갤러리 나우 

 

 

 

 

 

 

[ 작가노트 ]

얽히고설켜있는 나의 기억과 경험들, 다른 사람-사회와 관계를 맺는 동안 경험한 일련의 사건과 상황이 만든 풍경들이 내 작업의 주된 재료가 된다.
<부유하는 꿈> 시리즈는 20대 초반, 공황장애에 이를 정도로 힘겨웠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이 모티브가 되어 시작된 작업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을 <꿈>으로 대치하고, 불안한 상태로 현재를 살아가던 나의 모습을 빗대어 <부유한다>고 표현했다.
눈에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바다의 수평선은 현실 공간이면서 동시에 비현실적 공간이므로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중요한 작품속 배경이 된다. 오브제로 활용된 투명한 유리구슬은 이런 현실과 미래의 경계에 존재하면서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공간을 왜곡시킨다. 마치 우리들처럼.
낯선 시간과 공간에 던져져 방황하는 오브제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에 휩싸였던 20대의 내 모습이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불안한 시간을 보냈던 나는 현실과 꿈의 경계에 존재하면서 늘 새로운 꿈을 꾸는 존재가 되기로 타협했다.

나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섰다. 불안함의 한켠에서 편안함도 느낀다.
가장 나다운 사진과, 솔직한 모습으로, 또 가장 불안했던 내 젊은 날의 시간으로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작업노트에서 발췌]

[자문자답시리즈.]
부유하는 꿈 작업노트 ::

플로팅 드림은 어떤 작업인가?
20대 초반, 직업으로 사진을 선택하면서 내 주변사람들과 나와의 관계는 명확해졌다.
친가는 자수성가한 사업가 집안이고 외가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일어선 공무원 집안이다. 모두 예술계통과는 한참 거리가 먼 상황이라 예술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함께한 동네 친구들도 나를 포함해 모두 인문계열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다들 평범한 직장생활로 흘러갔다.
내가 다닌 대학은 예술학부 자체가 존재하지않는 종합대학이었고 나는 그곳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이렇게 나 자신이 주변과 분명히 구분된 상황에서 사진으로 밥벌이를 해보겠다고, 평생 사진을 찍으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는건 참 무모한 일이었다.
가장 나다운 사진으로 세상에 나오고 싶어 이런 내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고싶었다.
낯선시간과 공간에 던저진 피사체와, 작지만 온 세상을 품고있는 피사체를 통해 “나”를 보여주고싶었다.
“온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사진가가 될테니 제발 한번만 나를 봐달라"는 목소리였다
어떻게 해야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지 전혀 알수가 없으니 그냥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2011년 첫번째 전시에 이어 같은 타이틀로 두번째 전시다. 무엇이 다른가?
2011년의 처음 전시때 나는 20대 중반이었다. 이미 노르웨이에서 첫 개인전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이었고, 괜찮은 기업으로부터 매달 적지않은 금전적 지원을 받고있었으며, 여기저기서 사진수업을 하고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쓰고 찍었던 글과 사진속의 나는 온통 과장된 모습뿐이었다. 지금생각해도 부끄럽다.
지난번 전시가 막연하게 꿈꾸는 내 미래의 완성형을 아름답게만 드러냈다면 이번 전시는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가고있는, 지난 5년을 흘러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그다지 아름답지 않더라도) 솔직하게 드러내고자했다.
현실이 그랬다. 20대엔 막연하게 생각해도 한없이 아름답기만 했던 수많은 미래와 꿈들이 막상 살아보니 그렇지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는 늘 여기저기서 터졌고, 잔뜩 기대했던 순간은 그저 그렇게 끝나버리기도했다. 관계가 지속될거라 여겼던 만남은 의외로 짧게 끝났고, 떄론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특별하다고 할만한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기보다 원래 내가 갖고자했던 삶의 방향을 지켜나가는 하루하루가 쉽지않았고 그런 하루하루를 사진에 담고싶었다.
좋게말하면 차분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우울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자했다.

이번 작업에 대형카메라와 슬라이드필름을 이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중에 대형카메라는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하고 느린 카메라다. 그래서 사용했다.
지루하게 느껴질만큼 복잡하고 느릿느릿한 그 시간이 필요했다. 선명하게 한 컷을 빠르게 찍어내는것보다 중요한건 한컷을 찍기까지의 과정이 “플로팅 드림”의 "작업 의도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가"였다. 빠르게 완성되서 아름답게만 보이기 보다는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했다. 이 과정은 디지털 촬영으로는 도저히 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살다보면 실수와 실패도 있고 의도치않게 우연히 얻게되는 무언가와 간절히 원했지만 놓치고마는 무언가가 있지않은가? 그런걸 보여주기에 필름만큼 좋은 재료는 없다. 내 마음대로 하고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내마음대로 되기만 하는것도 아니기때문에.

인스턴트 필름을 사용하고 전사방식으로 완성한 작업은 다른 이유가 있는것인가?
사진이 완성되는 단계를 볼떄 촬영 뿐만아니라 현상을 하고 인화를하고 프레이밍을 해서 벽에 걸기까지 모든 과정이 드러나는 방식을 찾다보니 인스턴트필름과 전사작업을 떠올리게됐다.
꿈을 실현하기까지 필요한 물리적인시간, 하루하루 시간의 축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조각조각 나눠진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이 작업에는 즉석필름을 이용한 복사촬영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깨끗한 상이 맺힌 인화지를 한데 모아서 에멀젼 리프트로 점차 커지고 확장해가는 모습을 만들고, 인스턴트필름에서 버려지는 필름면쪽을 표백작업으로 필름화하고 그걸 모아 스캔을 해서 꿈이 실현된 이면의 지난한 과거를 만들고자했다.
꿈이라는 목적지까지 다가가는 과정속에서 완성형이 인화지로 드러나고 쌓여진 시간들이 필름의 덩어리로 표현된다고 보면 맞다

전시에 맞춰서 음반을 발표하고 다큐멘터리 영상도 제작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대학생시절 늘 궁금해했던것 중에 하나는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은 발표와 동시에 “활동”이란걸 시작하게되는데 왜 사진만큼은 발표와 동시에 활동을 접게되는지였다. 예를 들어 내 주변의 많은 사진가들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서 힘겹게 돈을 모으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1-2년에 한번씩 전시를 하는데 그리고나서 다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 사진전시가 순환고리의 시작점에 위치한게 아니라 순환고리의 끝점에 위치해있다는거다.
우리나라가 사진가들을 먹여살릴만큼 충분히 큰 시장을 갖고있지 않아서 일수도있고, 오늘날 사진자체가 소비되기에 적절하지않은 형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다양한 형태로 내 작업을 드러내는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작업자들과 "플로팅 드림”을 공유했다.

대형 구슬을 오브제로 활용하는건 취미사진가들 사이에서도 흔하다. 왜 구슬을 사용했는가?
애초에 구슬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시작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유품중의 돋보기였다.
외할아버지의 돋보기는 그 형태가 좀 독특한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손잡이가 있는 돋보기가 아니라 반구형태로 피사체에 밀착시키고 손으로 이리저리 밀어가며 이용하는 돋보기다.
책을 읽고 신문을 읽으실 때 사용하셨다는 돋보기는 외할아버지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역시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통로로 그 돋보기를 사용하고자 했다. 그리고 촬영을 위해서 테스트를 지속하면서 형태와 재료의 유사성이 있는 대형 수정구로 오브제가 변경되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대형 구슬을 사용하고있다.

사진을 보면 구슬이 공중에 떠있는 상태인데 합성을 한것인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촬영한 모든 사진은 합성작업이 전혀 없이 한 장으로 완성된 사진이다. 눈에 보이는대로 구슬이 공중에 띄워 촬영한 사진들이다.
구슬을 공중에 띄우고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 방법들이 촬영하기에 다소 번거로울뿐이다.
첫 테스트 촬영을 시작했던 2009년엔 단 한번의 성공도 없이 실패하기만했고, 2010년에 첫 컷을 찍기까지 두 시간 남짓 걸려서 겨우겨우 성공했었다.
지금은 Floating Box라고 이름붙인, 직접 만든 촬영 장비를 이용해서 촬영시간은 이전보다 많이 단축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장비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짙고 선명했던 구분선이 점차 옅어지는것 같아보인다. 어떤 의미인가?
첫번째 전시에선 밝고 맑고 화려했던 미래(현실)에서 맑게 빛나고만싶은 내 모습을 그렸다면,
두번째 전시에선 그다지 밝고 맑진 않을지라도 서서히 현실에 녹아들어가고있는 내 모습을 그렸다. 그게 현실이고 사실이니깐. 어디에 놓이더라도 눈에띄는 존재가 되고싶다는 욕심보다는, 어디에 놓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세상을 담을 수 있는 사진가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사진에 한참 재미를 붙였던 19살때 일기를 보면 나는 사진을 잘 찍어서 돈도 많이벌고, 유명해지고 싶어했었다.
한차례 좌절을 겪고 사진을 관뒀다가 다시 시작했던 22살때의 일기를 보면 한 달의 100만원만 벌 수 있다면 사진을 계속하자고 다짐했었다.
노르웨이에서 처음 개인전을 했던 24살의 일기에서는 사진을 하면서 가고싶은 곳을 갈 수 있고 먹고싶은걸 먹을 수 있고, 만나고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가 있었다.
비열한 욕심쟁이인 상태로 사진을 시작했던 나는 해가 갈수록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층 더 나에게 다가갔으면한다. 그리고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면 사진작업을 하고있는 수많은 사람중에 ‘나’도 있다는걸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한다.

플로팅 드림의 다음 계획은?
몇 개의 다양한 버젼을 준비하고있고 이미 시작했다.
그동안 바다를 떠돌던 구슬은 이제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세계를 떠돌게된다. 지금까지는 오롯이 내 이야기만 담아왔으니 다음은 내 또래의 이야기이다. 20대, 30대를 살고있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가 다음 플로팅 드림의 소재다. 강의를 통해 만나고있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부터 내 주변의 30대 친구들 100여명에대한 인터뷰와 설문이 진행됐고 목표하고있는 300여명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 바다를 떠도는 구슬의 이야기는 그것 대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