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릴 때 산타의 존재를 믿었다
6살이 되던 해에 맞이한 크리스마스,
나는 산타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싶어
잠들지 않고 기다렸다
저녁 늦은 시간 드디어
하얀 곱슬 수염, 둥근 배, 빨간 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가 큰 선물 보따리를 들고
우리 집에 오셨다
나는 너무 설레서 주신 선물도
풀어보지 않고 산타 할아버지를 붙잡았다
그런데 나를 안아 올려 주시는 산타 할아버지가
참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져 무심코 발밑을 봤다
산타 할아버지는 빨간 옷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적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거기에
유치원 선생님의 성함이 쓰여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아 하고 깨달은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내려와
조용히 산타를 배웅했다
다음 해부터는 유치원 이벤트가 바뀌었는지
산타가 오지 않았다
결국 그때 받은 실로폰은 산타에게 받은 것 중
가장 마음에 든 선물이자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 행복한가 / 편집디자이너 한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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