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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미 개인전 [바다, 꿈을 꾸다 - 순수] 전

yun jong 2018. 4. 20. 08:53

박설미 개인전 [바다, 꿈을 꾸다 - 순수] 전 

2018년  4월18일 ~ 4월24일 

갤러리 나우






사진에 대한 갈망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의류학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서 바빴던 5년의 직장생활 마치고 이태리(lstituto Marangoni, Milano)에서 유학 후 더 바빠진 활동을 하면서 사진입문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미련으로만 남아있던 사진을 시작한지 3년이 되어가며 입문 동기는 간단하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멋진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고, 직업과 관련하여 여행의 기회가 많았던 나는 이국적인 풍광을 보면서 늘 함께 하고픈 많은 이들을 떠올리며 아쉬워하곤 했다.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 택한 방법이 바로 사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이 지금은 내게 가장 절친한 친구로 다가와 있다. 언제 어디서나 늘 함께 하며 나의 내면 깊이 파고들어 묻혀 있던 감성을 자유롭게 파헤치는, 본질적 삶과 자아를 표현하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전반적인 작업은 ‘The dream project’이며 작품의 주제는 기억 속 유년기에서 출발해 10대, 20대……미래의 70대, 80대에도 계속하여 이어간다.

바다, 꿈을꾸다 (순수)
바다, 꿈을꾸다 (열정)
바다, 꿈을꾸다 (그리움)
첼시의 정원
카를로의 방
이방인의 흔적
상실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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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생애는 100년일 수도 있다.그 오랜 시간의 내면적 변화의 기록을 하는 작업이다.
전 생애를 관통하며 내면(감성,가치,철학)의 궤적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카메라를 이용한 몽환적이고 창조적인 포착을 통해 추억을 재구축하고 현재화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가시권의 세계를 뛰어넘는 내면의 전면적인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상상력의 틀을 깨는 경이로움을 창조하고자 한다.그리하여 소생한 개인적인 기억은 보는이의 기억과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누며 끊임없이 숨을 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일 ‘The dream project’의 첫 번째 "바다,꿈을 꾸다(순수)"이다. 어느 날,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내 손에 금방 잡힐 듯 더없이 가까이 와 있었다. 가을날의 푸른 하늘과 찬란한 빛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바다물결의 호흡은 하늘, 바다, 나의 존재를 사라지게 한 오로지 소년의 바다로 다가왔다. 중학교 시절, 편지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막상 나와 마주치면 얼음동상이 되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소년, 유난히 바다를 좋아했던 소년. 수줍은 소년은 내게 꼭 소년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는데......무한한 희망의 꿈을 꾸었을 소년의 바다가 필름에 스며들면 나는 소년의 꿈에 기꺼이 잠기곤 했다. 아름다운 소년의 꿈속에서 태어난 이번 전시회 작품들이 모두에게 잊혀져왔던 꿈, 그리고 각자의 소년, 소녀를 재회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지없이 기쁠 것이다. 

"바다, 꿈을 꾸다(순수)"는 파도처럼 끊임없는 역동성과 함께 아름답게 숨을 쉰다. 수평선과 파도의 변화된 직선은 꿈의 무한한 확장성을 표현하며 다중촬영으로 한 컷 한 컷 중첩된 바다는 더 진한 꿈의 열망을 그린다. 또한 핑크, 바이올렛, 그린, 블루의 단색화는 소년의 바다에서 발원되는 순수성을 상징한다.

촬영방법은 표현의 제약을 탈피하고자 삼각대를 이용하지 않고 두 손으로 카메라를 쥔 채 카메라를 좌, 우로 회전하며 촬영했다.
자유로운 구도를 위해 자유자재로 카메라를 회전해야만 했고, 끊임없이 변화되는 파도를 쫓아
순발력 있는 촬영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도가 흐트러지지 않고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위해서는 구도포착에서 부터 셔터 누름까지는
1초 이내의 작업이어야 했다.
꿈의 진한 열망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최대 9컷까지 다중촬영을 했다.다중촬영으로 인해 색상의 명도 단계구성이 나타나므로 완성된 이미지를 예상하여
화면에 명도배치를 생각하며 구도를 잡고 촬영했다.

주된 작업은 제주에서 이루어졌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바다지만 특히 끝없이 미묘하고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발하는 여명의 바다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명의 바다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숱한 날들을 한밤중에 집을 나서 촬영지에 여명 전 미리 도착해 여명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눈앞에 펼쳐진 검은 바다와 나만이 있는 적막한 세상은 온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엄습해 오는 어둠의 공포는 나를 질리게 했다. 또한 큰 파도를 찾아 촬영할 때는 태풍이 나를 날려버릴 것 같았고, 망원렌즈로 담아오는 거대한 파도는 나를 금방 삼켜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했다. 촬영의 여정은 두려움과 공포를 동반했고 처절한 고독속의 나를 보게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호흡하며 10대의 설렘 속에서의 작업은 50대가 된 내게 'The dream project'와 함께 또 다시 꿈을꾸게 한다.

박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