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계에서….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사진의 역사가 수세기를 지나면서 시대적 비평가들에 의해 사진도 예술이냐를 두고 지속적인 반문과 논란이 제기되었다. 그러던 중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정보화시대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의 예술사조가 급진적으로 변화되어 탈장르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사진을 빼놓을 수 없으며 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오직 하나 변함이 없는 것은 리얼리즘 사진에 대한 확고부동한 인식과 사실을 증명하는 보고서로서의 역할이다. 사진의 어원에 근거가 바로, 이 리얼리즘 사진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사진이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확인되듯이 동양적인 의미의 사진(寫眞)은 “참되게 베낀다.” 라는 한자어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사진조류는 지나칠 정도로 메이킹포토에 의존적이다. 현 시점에서 시대적 조류의 변화에 의한 예술사조의 흐름을 역행 할 수는 없지만, 사진의 역사성에 대한 인식마저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잠시 리얼리즘 사진에 대한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사단의 태동과 함께한 리얼리즘 사진의 출발은 1950년대의 전시의 피난처인 부산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사진가 임응식, 이해선 선생 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후대의 사진평론가들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는 대구의 구왕삼, 배상하 등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으며, 최근에 작고한 부산의 최민식 선생 등이 한국사진계의 대표적인 리얼리즘사진가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리얼리즘’ 사진의 실체는, 자연의 형태미를 추구하는 외형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 본연의 내적 정신적 본질을 중시하며 그들의 삶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기록함으로써, 사진의 역사성은 물론, 인간의 삶의 시. 공간적 현실을 사회에 보고하는데 관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한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개척자인 이형록 선생을 비롯하여 국내에도 다수의 리얼리즘 사진가들이 활동을 하였으나, 여기서는 그들의 역사성에 초점을 마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략하고, 한국의 리얼리즘사진의 계보를 이어갈 현존하는 사진가 최윤종과 조영만의 사진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사진가 최윤종은 경남 진주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로서, 20여 년 전부터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사진가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생활 속의 인간을 주제로 오직 외길의 사진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 작고한 한국리얼리즘 사진계의 대부로 통하는 고 최민식 선생이 그랬듯이, 최윤종 역시 주변에서 돈이 되는 아름다운 사진에 대한 유혹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리얼리즘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사진작업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사진신문 “내일i사진 뉴스”의 데스크를 수년간 역임한 바 있으며, "청소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사진전에 참가 및 도록 수록, 2009년 KBS 년말특집 "감동열전! 우리들의 국가대표"에 작품제공,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표정 사진전 개최, 진주 골목 사진전 개최, 2011년 월간사진에 삶과 꿈 "시장사람들"이란 주제의 글과 사진수록, 등 많은 활동을 하였으며, 한국예총 진주지부 진주예술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특히 그의 사진 중 일상과 같이 찾아가는 시장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최윤종은 대한민국의 서민들의 생활상 중 시장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희로애락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정직한 삶을 영위하며 노동과 근로의 대가로 생활하는 시장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그의 사진 속에는 그들의 일상의 단면을 통하여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시각적 황홀함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최윤종의 사진속의 시장사람들과 같은 고난의 생활 속에서 찾아낸 인간 내면의 진솔한 아름다움이 인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참되고 거룩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이것이 진정한 사진이며 리얼리즘사진의 본질임을 사진가 최윤종은 역설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반면에 사진가 조영만은 “인애(人愛)밤골마을 사람들“ 이라는 주제로, 서울 도심의 소외된 이웃들을 3년간이나 내 집 드나들듯 하며, 그들의 삶과 애환을 기록한 “인애(人愛) 밤골마을 사람들”이란 주제의 사진집을 출판하였다. 그의 삶 또한 자신이 기록한 사진속의 주인공들못지않게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그들의 삶에 대한 애환을 기록하는 일에는 무모할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의 인간애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한 작가의 진심이 통했는지 그의 사진집은 금번 제53회 한국사진문화상 출판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심사위원님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최근 사협게시판에 한국사진계의 원로, 고 최민식 선생의 작품세계를 두고 다큐멘리사진가이다. 리얼리즘사진가이다. 에 대한 대학 사진학 교수출신들의 토론장면이 게재되어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한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리얼리즘 사진이란, 모든 사실적인 기록물을 왜곡 없이 묘사하되, 한 단면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리얼리즘 사진에 역사성을 가미한 스토리 중심의 추적이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모든 역사의 기록은 이를 증빙해 줄 수 있는 학설이 공식적으로 공인된 기관의 인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에는 이를 반증할 자료가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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