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 백수가 되어버린 요즘 여유 넘치는 시간에 서랍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MP3를 발견했다
눈시울이 붉어졌고 미소가 지어졌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다툼은 내게 전쟁 같은 공포였고 잦은 부재는 날 외롭게 했다 그때마다 함께 해준 유일한 사람은 세 살 터울 오빠다
내 생일 오빠는 나에게 AAA 건전지 하나로 수많은 곡이 흘러나오는 MP3를 사주었다 "저녁에 무서우면 듣고 있어…" "응……"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데 바보, 내 취향은 전혀 고려치 않은 채 본인이 좋아하는 시끌벅적한 음악만 잔뜩 넣어놨었다 이 작은 물건은 전쟁 같은 공포 속에서 나에게 평안함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