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도움되는 글

♧ 이삭 줍기 ♧

yun jong 2021. 1. 8. 05:33

 

♧ 이삭 줍기 ♧

우리 마음이 순결하다면

얼마만큼 깨끗할 수 있을까요. 

 

우리 생각이 의롭다면

얼마나 높이 의로울 수 있을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추수가 끝난 빈 들에서

남아 있는 이삭을 줍듯이

순결과 의로움과

사랑의 이삭이라도 주워



그것으로 빈 가슴을 채우고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참을 수 있다면

어떤 일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먼 앞날의 일까지

알 수 있을까요. 

 

편지를 길게 쓴 다음

깜박 잊은 것이 있어 덧붙이는 추신처럼, 

 

기다림과 인내와 지혜의 작은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마음에 평안이 있다면 얼마나

잔잔해질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감사가 있다면

얼마나 깊이 감사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기쁨이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뻐할 수 있을까요. 

 

하루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

잠시 펼쳐지는

서쪽 하늘의 노을처럼,


평안과 감사와 기쁨을

잠깐씩이라도 내 가슴에

펼치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에게 희생이 있다면

무엇까지 내어놓을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용서가 있다면

어떤 사람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겸손이 있다면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을까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같이

연약한 우리들이기에

희생과 용서와 겸손의

작은 촛불이라도 켜


내 주위를 단 한 뼘이라도

밝히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 정용철, <이삭줍기>